정몽규, 정관 어기고도 “문제없다”… “동네 계모임만 못해” 뭇매

입력 2024-09-25 00:18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정 회장 뒤로 홍명보(오른쪽)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과 정해성 전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이 앉아 있다. 이병주 기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국가대표팀 감독 불공정 선임 논란에 대해 “절차적 하자나 위법이 없었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정 회장이 협회 정관을 어긴 채 이임생 기술총괄이사에게 감독 선임 전권을 위임하는 등 ‘졸속행정’을 한 것에 대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정 회장은 24일 국회에서 열린 문체위 전체회의에서 홍명보 대표팀 감독의 선임 절차가 적법했느냐는 질의에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홍 감독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홍 감독은 “제가 (감독) 추천 1순위라고 들어서 수락했다. 불공정하거나 특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기술이사가 감독 선임 작업을 주도하는 협회 전력강화위원회(전강위) 업무를 병행한 것 자체가 ‘정관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각 분과위원회 위원은 다른 분과위원회 위원을 겸임할 수 없다’고 명시한 협회 정관 제49조 6항을 거론한 것이다. 강 의원은 “협회가 정관에 따라 움직이는 동네 계모임이나 동아리만도 못하다”고 꼬집었다.

전강위가 10차 회의 후 위원 줄사퇴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채 이 기술이사가 위원장 역할을 맡아 11차 회의를 주도한 것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럼에도 한때 협회 전무이사를 지냈던 홍 감독은 “제가 보기엔 문제없다”고 말했다.

협회 감사를 진행 중인 문화체육관광부는 다음 달 2일 중간발표를 예고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감독 선임 과정이) 정상적이라 볼 수 없다. 홍 감독 선임 절차 문제에 대한 발표를 먼저 할 것”이라며 “잘못된 점은 분명히 지적할 것이고, 감독의 거취 문제는 협회가 이후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절차상 위법이 확인되면 책임을 질 건가’라는 물음에 “알겠다”고 했다. 그러나 홍 감독은 “(선임 절차가) 불공정하지 않았다. 남은 기간 팀을 강하게 만들어 월드컵에서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전강위를 이끌다 중도 사임한 정해성 전 위원장도 입을 열었다. 그는 사령탑 최종 후보를 추려낸 뒤 건강상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밝혔다. 전강위는 10차 회의에서 위원들의 투표로 최종 후보를 압축했다. 홍 감독과 다비드 바그너가 나란히 7표씩 얻었는데, 정 전 위원장은 정 회장에게 홍 감독을 적임자로 추천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은 “홍 감독이 최다 추천을 받은 게 아닌데 홍 감독을 염두에 둔 선임 과정 아니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전 위원장은 “(정 회장에게) 2명이 7표로 동표가 나왔다고 말씀을 드렸다. (홍 감독을 추천한) 마지막 결정은 전강위에서 위원장으로서 일임받았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 기술이사는 이날 회의 도중 갑자기 사퇴 의사를 밝혔다. 민형배 의원이 이 기술이사와 한 전강위원이 나눈 메시지 캡처 이미지를 자료로 제시하며 전강위원들에게 ‘감독 선임 최종 결정을 위임하겠다’는 동의를 얻는 과정에 중대한 흠결이 있었던 게 아니냐고 추궁하자, 이 이사는 “내 명예가 달린 일이라, 내가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감독을) 결정하게끔 부탁을 드려서 동의를 (위원) 다섯 분으로부터 다 받았다”고 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