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순(39) 백석예술대 교수는 소셜미디어에서 ‘춤추는 교수님’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정장을 입고 학생들과 함께 춤을 추는 그의 릴스 영상은 소셜미디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올리는 영상마다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수업 시간에 자면 안 되는 이유’라는 제목의 릴스는 조회수 1100만 회를 넘겼다. 하지만 그는 단순한 릴스 스타에 그치지 않는다. 문 교수는 실용댄스 학부장으로서 춤과 신앙을 통해 제자들과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이고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데 힘쓰고 있다.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백석예술대에서 그를 만나 신앙과 춤이 그의 삶에 어떤 의미인지 들어봤다.
세계 무대에서 강의실로
문 교수의 릴스 영상이 특별히 주목받는 이유는 코믹한 반전과 빼어난 춤 실력이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그는 “진지하게 춤추던 모습만 보여주던 시절에서 벗어나 릴스를 통해 학생들과 가벼운 모습으로 소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릴스 촬영 과정도 문 교수의 독특한 점이다. “촬영할 때는 즉흥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반영해요. 학생들과 현장에서 섭외하고 촬영과 편집, 업로드까지 보통 30분 안에 끝냅니다. 가끔은 학생들이 먼저 다가와 함께 찍자고 요청하기도 해요.” 그는 촬영 중에도 학생들과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형성해 가며 이를 통해 교감하는 시간을 중요하게 여긴다.
릴스 영상에서 주로 코믹한 모습을 선보이지만 문 교수는 국제 대회에서 우승 경력이 있는 베테랑 댄서다. ‘다크호스(Darkhorse)’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며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더 배틀(The Battle)’ 대회에서 비보이 배틀과 퍼포먼스 부문 2관왕을 차지했다. 또한 프랑스 ‘언브스티(UnVsti)’에서는 한국 대표로 출전해 우승을 거뒀다. 2019년에는 세계 최대 힙합 댄스 대회인 ‘힙합 인터내셔널 월드파이널’에서 개인 부문 MVP로 선정됐다. 당시 문 교수는 30대 중반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뛰어난 기량을 선보여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현재는 무대보다 교육에 더 주력하며 자신이 쌓아온 경험을 후배들과 제자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그는 “국제 대회에서의 경험도 자랑스럽지만 무엇보다도 제자들이 더 큰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춤과 신앙의 조화
문 교수에게 있어 춤과 신앙은 서로 떼어낼 수 없는 관계다. 그는 춤을 가르칠 때도 신앙적 가치를 함께 전하려고 노력한다. 문 교수는 “춤의 본질은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춤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앙도 마찬가지다. “신앙 역시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그 점에서 춤과 신앙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고 덧붙였다.
문 교수는 제자들에게 신앙적 가치를 전하며 기회가 될 때마다 예배에 초대한다. 그는 “학생들이 춤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신앙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다.
학생들을 가르칠 때는 단순한 춤의 기술을 넘어 인성 함양을 강조한다. 그는 춤을 통해 제자들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존중하는 법을 배우도록 가르친다고 했다. 특히 “춤을 잘 추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바른 인성을 갖추는 것”이라며 “춤은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지만,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존중과 사랑”이라고 말했다.
신앙은 긍정의 원동력
문 교수의 신앙 여정은 어린 시절 교회에서 시작됐다. 동네 친구를 따라 교회에 다니면서, 교회는 그에게 놀이터 같은 공간이었다. “어릴 때는 일요일마다 교회에서 하루 종일 놀았어요. 예배가 끝난 후에도 교회에서 시간을 보낼 정도였죠.”
하지만 10대 후반 그는 신앙을 잃고 한동안 교회를 떠났다. 그가 다시 신앙의 자리로 돌아온 건 청년 시절이다. 진로를 두고 고민이 많던 시기, 아내를 만나면서 영등포구 신길교회에 출석하게 됐다. 그는 “청년부에서 받은 위로와 격려 덕분에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백석예술대에 부임한 후 신앙이 그의 삶에 더욱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고 했다. 현재 그는 백석대학교회 집사로 봉사하며 신앙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춤과 신앙으로 전하는 선한 영향력
선데이 댄스 스쿨 강사로는 문 교수뿐 아니라 그가 대학에서 가르치는 제자들도 함께 참여한다. ‘나를 위한 춤’에서 ‘이웃을 위한 춤’으로 인식을 전환해주고 싶다는 게 문 교수의 바람이다. 나아가 제자들과 함께 춤을 가르치며 자연스럽게 복음을 접할 기회도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보육원 아이들로 구성된 댄스팀을 지도하기 위해 경남 진해에 다녀왔다. 그는 “아이들이 춤을 통해 자존감을 찾고,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하는 걸 보면서 춤이 단순한 예술을 넘어 그들의 삶에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앞으로도 춤과 신앙을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선한 영향력을 전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제가 만난 학생들, 보육원 아이들, 그리고 릴스를 통해 알게 된 모든 사람이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으며, 밝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기여하길 바랍니다.”
그는 “백석예술대에 부임한 것도 릴스가 많은 사랑을 받은 것도 모두 제게는 기적 같은 일이었다”며 “앞으로도 그 기적이 이어져 더 많은 사람이 춤과 신앙을 통해 서로에게 선한 영향을 미치길 기도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