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최대 현안 사업인 대구경북신공항(TK신공항) 사업이 경북 의성군 화물터미널 문제로 또다시 진통을 겪고 있다. 대구시는 ‘플랜B’(대구 군위군 단독 추진)를 예고했고 경북도와 의성군은 불가능한 계획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되풀이되고 있는 TK신공항 갈등 원인을 살펴봤다.
화물터미널 왜 문제됐나
TK신공항 화물터미널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25일 대구시와 경북도 등에 따르면 TK신공항 건설지는 경북 의성군과 대구 군위군에 걸쳐있다. 앞서 의성군이 1년여 전 화물터미널을 당초 계획(공동합의문)된 군위군이 아닌 의성군에 지어야 한다고 주장해 갈등이 발생했고 진통 끝에 복수 화물터미널 설치안이 받아들여지면서 갈등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복수 화물터미널 위치가 문제로 떠올랐다. 국토교통부가 제시한 위치는 의성군이 생각하고 있던 곳이 아닌 민간 활주로 동쪽 부지다. 의성군 주민단체 등은 국토부가 제시한 지역은 물류시설 확장성이 없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복수터미널 위치에 대한 의성군의 무리한 요구로 국책사업이 지연되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 등을 통해 거듭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고 급기야 지난 20일 대구시 간부회의에서 합의 데드라인을 못 박았다. 홍 시장은 “플랜B가 가동되지 않도록 경북도와 의성군이 늦어도 10월 말까지 국토부와 국방부가 제시한 안을 수용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대구시 플랜B 내용은
홍 시장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플랜B에 대한 구상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의성군의 화물터미널 설립 이의 제기, 경북도의 비협조가 계속되면 10년이 지나도 사업 진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홍 시장의 생각이다.
이에 군위군 소보면·의성군 비안면에 신공항을 건설하는 기존 방안을 폐기하고 군위군 우보면에 단독으로 공항을 짓는 방안인 플랜B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플랜B로 가면 산악지대가 많아 토공 물량이 많아져 건설단가가 높아지고 개항도 당초 목표했던 2030년보다 2년 정도 늦어지지만 의성군에 약속했던 철도, 도로 등 수조원에 달하는 사업을 해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국가 전체로 봐서는 이득이라는 것이 대구시의 논리다. 또 단독 추진에 법적, 절차적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경북도·의성군 반발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 1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구시의 플랜B는 불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지사는 신공항 특별법에 군위 소보·의성 비안으로 공항을 이전하기로 못 박았고 그 조건으로 모든 것을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플랜B에 아무도 동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지사는 “홍 시장이 주장하는 입지 변경은 왕조 시대에도 할 수 없는 일로 지금 상황에서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대구·경북이 다시 일어설 기회를 한 사람의 독단으로 놓쳐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또 “우리 후손을 위해 경북도와 대구시가 함께 희생하고 그 과정에 많은 분들의 헌신과 눈물이 있었다”며 “과정에 난항이 있다는 이유로 협력해야 할 상대방을 겁박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매우 유감스럽다”고 불편한 마음을 드러냈다.
의성군도 “의성군민을 떼나 쓰는 이익집단으로 매도했다”며 “의성군은 공동합의문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의성군으로 인해 일정 차질을 빚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시와 경북도의 갈등은 TK신공항에 군부대 이전, 행정통합까지 얽혀 복합한 상황이 됐다. 대구 도심 군부대 유치에 나선 기초단체 5곳 중 대구 군위군을 제외한 경북 기초단체 4곳(영천시·상주시·의성군·칠곡군)이 대구시와 공정성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고 급기야 칠곡군은 지난 19일 대구 군부대 이전 유치 의사를 철회했다. 행정통합 역시 일부 사항에 대한 이견 때문에 답보 상태다.
“신공항, 공영개발하면 10조3000억 흑자”
대구, SPC서 사업 방식 변경 검토
대구, SPC서 사업 방식 변경 검토
대구시는 TK신공항 건설 사업 방식과 관련해 기존에 추진하던 방식 이외에 추가로 다른 안들을 검토 중이다.
대구시는 지난 2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동안 추진하던 민관공동개발사업 특수목적법인(SPC) 구성 방식이 건설경기 침체와 부동산시장 위축 등으로 민간 사업자 공모가 쉽지 않아 다른 방안들의 검토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시가 추가로 검토 중인 방식은 대구시가 공적자금을 일정 부분 투입하는 방식과 대구시가 직접 주도하는 공영 개발 방식이다.
시는 3가지 방식의 장단점을 설명했다. 먼저 기존 SPC 방식은 민간 재원 조달과 창의적 개발 등의 장점은 있지만 14조8000억원에 이르는 금융이자 비용이 부담이다.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금융이자가 총사업비의 46%를 차지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 대구시의 설명이다. 또 이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할 경우 7조원 규모의 적자가 예상된다는 분석도 제시했다.
공적자금을 일정 부분 투입하는 안은 8조5000억원의 공적자금 지원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토지이용계획변경, 특별법 개정, 공자기금 지원이 먼저 해결돼야 한다.
대구시 중심의 공영개발은 시의 구상에 맞는 공공성이 강화된 방향으로 개발이 가능하고 10조3000억원의 흑자가 예상되지만 역시 토지이용계획변경과 특별법 개정 등 중앙 정부와의 협의가 선결돼야 한다.
대구시는 지속적인 검토와 국회, 정부 관계부처 등과의 협의를 통해 가장 최적의 방식을 찾을 방침이다.
정장수 대구시 경제부시장은 "연말까지 최적의 방안을 결정해 2030년 개항에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며 "사업방식 검토는 사업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화물터미널 난항에 따른 대구시 플랜B 검토와는 별개 사안이다"고 밝혔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