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쏟아진 슬픈 장대비
방주는 외로운 섬처럼 둥둥 떠올랐고
바다 물결에 잠겨 살겠다고 몸부림을 치는
네피림의 후손들
손을 뻗어 건져주고 싶어도 구원할 수 없는
카인의 후예, 라멕의 후손들
내 마음의 비는 언제까지
슬픔의 바다 위에 쓸쓸히 내려야 할까
가족이 동무고 천지의 생물이 벗이었기에
단 하루도 지루하지 않았던 우수(雨水)의 나날들
드디어 비가 그친 푸른 하늘가
비둘기는 날아간 후 돌아오지 않았고
네피림의 그림자는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배가 아라랏산 언덕에 닿은 날,
제단의 불길 사이로 떠오른 무지개
아, 끝내 터져버린 서러운 눈물
무지개 너머 빛나던
당신의 아련한 눈동자.
시인(새에덴교회)
노아는 라멕의 아들이자 아담의 9대손이며 포도밭 경작의 창시자다. 그는 의인의 상징이다. 하나님이 타락한 세상을 홍수로 심판할 때 그의 가족만 살아남았다. 그가 다시는 자연을 재해로 멸하지 않겠다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언약을 받았으므로 인류를 영속시킨 조상으로 일컬어진다. 시인은 홍수와 방주 사건의 광경을 그림처럼 보여준다. 시인의 눈이기에 비가 마음속에도 쏟아져 슬프기 이를 데 없다. 그렇게 선한 마음과 안타까운 생각은 시적 화자인 노아의 심경이자 시공을 건너뛰어 시인의 감회이기도 하다. 결국 이 물의 심판을 통해 ‘네피림’으로 지칭된 악한 자들은 모두 소거되고, 의인 노아는 배가 닿은 아라랏산 언덕에 제단을 쌓고 서러운 눈물을 흘린다. 이 한편의 진진하고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이후 인류의 예술사에 끝없이 이어지는 소재가 된다.
-해설 : 김종회 교수(문학평론가, 전 경희대 교수)
*네피림의 후손들 : “당시에 땅에는 네피림이 있었고 그 후에도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에게로 들어와 자식을 낳았으니 그들은 용사라 고대에 명성이 있는 사람들이었더라.”(창 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