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벼락 맞게 하자” 블랙리스트 작성자 모금 나선 의사들

입력 2024-09-24 00:02
의료계 집단행동 불참 의사와 의대생 명단을 SNS 등에 게시한 사직 전공의가 지난 20일 영장실질심사 후 서울중앙지법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의사와 의대생만 가입 가능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게시된 환자 조롱글 30건에 대해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 의사 커뮤니티에선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 이후 현장에 남은 의사 명단인 이른바 ‘의료계 블랙리스트’를 작성·유포한 혐의로 구속된 전공의를 돕자는 모금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23일 환자 조롱 게시글과 관련해 “지난 12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수사의뢰가 들어와 현재 법리 검토를 하며 내사 중”이라며 “게시글은 30개 정도로 현재 전부 삭제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해당 글에 대해 응급의료법 위반 및 업무방해 혐의로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0일 의사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우리는 국민 더 죽으라고 눕는 것” “X센징들 매일 1000명씩 죽어 나갔으면 좋겠다” “조선인이 응급실 돌다 죽어도 아무 감흥이 없다. 더 죽어서 뉴스에 나와줬으면 하는 마음뿐” 등의 내용이 담긴 글이 올라와 논란을 빚었다.

다만 경찰 내사가 입건 단계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의사들이 특정인을 가리켜 조롱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김 청장은 “전체적인 법리 검토를 거쳐 수사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무차별적인 신상털기 수준의 게시물을 올리는 행위에 대해 수사가 이어지고 사회적으로 비판 여론도 커지고 있지만 의료계는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일부 의사와 의대생 학부모 등은 블랙리스트 작성과 유포 혐의로 지난 20일 구속된 사직 전공의 정모씨에 대한 모금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의대학부모연합(전의학연)은 지난 22일 정씨의 가족을 만나 후원금 1000만원을 전달했다. 전의학연 관계자는 “블랙리스트가 잘못된 행위는 맞다. 두둔하려는 건 아니다”면서도 “다분히 악의적인 정치적 목적의 구속이었다고 본다. 후원금은 부모 입장에서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면허번호 인증 절차 등을 거쳐야 하는 의사 인터넷 커뮤니티인 ‘메디스태프’에는 정씨에게 후원금을 보냈다는 인증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정씨의 구속을 정부의 ‘의사탄압’으로 규정하고 정씨를 영웅화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정씨에게 100만원을 후원했다는 의사 A씨는 커뮤니티에서 “구속 전공의 선생님 후원합시다. 구속이 축제가 되게 만들어야 검찰이 이게 아닌데 할 것”이라며 “정씨가 우리의 영웅”이라고 후원을 독려했다. 부산에서 피부과를 운영한다는 B씨는 500만원을 송금한 사진과 함께 “약소하지만 500만원을 보냈다. 더 열심히 벌어서 2차 인증하겠다”고 적었다. 다른 의사 C씨는 100만원 송금 내역과 함께 “나는 이것밖에 할 게 없는 죄인 선배이다. 눈물이 날 것 같다”고 했다.

메디스태프에는 블랙리스트 작성 행위를 옹호하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 한 이용자는 “선봉에 선 사람들은 돈벼락 맞는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 선봉에 선 우리 용사 전공의가 더 잘 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용현 이정헌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