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당국이 올해 4분기 전기요금을 일단 동결하기로 했다. 다만 한국전력공사의 재무상 부담이 여전한 만큼 요금 조정 가능성은 남아 있다.
한전은 2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를 통해 4분기 연료비조정단가를 기존과 동일한 ㎾h(킬로와트시)당 ‘+5원’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연료비조정단가는 2022년 3분기부터 10분기째 조정 가능한 최대치인 +5원을 유지하고 있다. 본래 한전은 지난 3개월간의 에너지 원가가 안정된 점을 고려해 연료비조정단가를 하한선인 ㎾h당 ‘-5원’으로 낮춰야 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한전의 재무 위기와 기존에 쌓인 전력량요금 미조정액을 고려해 기존과 동일한 +5원을 유지하기로 했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조정요금으로 구성된다. 전력 당국은 직전 3개월 동안 유연탄·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원가 흐름을 토대로 연료비조정단가를 계산하고 이를 기준으로 연료비조정요금을 결정한다. 연료비조정요금을 비롯한 모든 요금이 기존 수준을 유지하면서 4분기 전기요금은 동결됐다.
그동안 전력업계는 전력 수요가 사그라드는 4분기를 기해 정부가 전기요금 현실화에 착수할 것을 기대해 왔다.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한전의 재정 부담 때문이다. 한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시기 원가를 한참 밑도는 가격으로 전기를 공급하면서 지난 2분기 기준 41조867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적자를 쌓은 상태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폭염 기간이) 지나면 최대한 시점을 조정해 웬만큼 정상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정부는 2022년부터 전기요금을 40% 넘게 올리면서 한전의 경영 정상화를 꾀해 왔다. 하지만 물가를 잡는다는 정책 목표와 충돌하다 보니 필요한 수준까지는 인상하지 못하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방송에 출연해 “윤석열정부 들어 전기요금은 50% 가까이 인상됐다”면서 “국민 부담이 많이 늘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력 당국이 요금 인상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날 조정은 3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미세조정의 결과일 뿐 부처 간 뜻이 모인다면 정부는 전력량요금 등 다른 항목을 조정해 언제라도 요금을 인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전 관계자는 “현재 정부가 물가 등 다른 요인들로 고민하고 있지만 인상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내일이라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