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5월 이후 오물풍선 5500여개를 살포한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 주민에게 1000t 가까운 쌀을 공급할 수 있는 돈을 쓰레기를 날리는 데 허비한 것으로 추산됐다. 군 당국은 북한의 풍선 도발이 국민 안전에 심각한 위해를 일으키는 등 레드라인을 넘어서면 ‘단호한 군사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군 당국이 오물풍선과 관련해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밝힌 건 처음이다.
합동참모본부는 23일 “북한이 지난 5월 28일부터 이날까지 22차례에 걸쳐 총 5500여개의 풍선을 부양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제적으로 망신스럽고 치졸한 행위로, 우리 국민에게 불편과 불안감을 조성해 남남갈등을 유발하려는 저급한 행위”라고 규탄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오물풍선 1개를 날려보내는 데 10만원가량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2차례 도발을 위해 약 5억5500만원을 투입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쌀 1㎏이 5600~5700원 수준인 북한 시세를 감안하면 970t 상당을 불필요한 도발에 낭비했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합참은 이날도 북한이 전날 저녁부터 살포한 오물풍선 120여개를 식별했다. 합참은 “경기도 및 서울 지역에서 30여개의 낙하물이 확인됐다”며 “확인된 내용물은 종이류, 비닐, 플라스틱병 등 생활 쓰레기이며 안전에 위해가 되는 물질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오물풍선 3개가 인천공항 항공기 이동 지역에, 1개는 물류단지에 떨어져 항공기 이착륙이 중단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합참은 22차례 도발 중 절반이 이달 들어 발생하는 등 빈도수가 증가하고, 화재나 차량 파손 등 실질적인 국민 피해가 발생하는 상황과 관련해 “우리 국민 안전에 심각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선을 넘었다고 판단될 경우 군은 단호한 군사적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기존의 ‘낙하 후 수거’ 원칙은 유지된다. 합참은 “일부에서는 공중 격추 등 물리적 대응을 요구하고 있으나 이로 인해 예상치 못한 위해물질이 확산하면 국민 안전에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