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장비·기술로 ‘전립선암’ 빠른 진단·치료 돕는다

입력 2024-09-24 03:31
가톨릭의대 성빈센트병원 비뇨의학과 이승주 교수(왼쪽)가 중년 남성과 전립선암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성빈센트병원 제공

초음파+MRI 용합 영상 정확도 높아
수면 마취 진행 통증·불편함 못느껴

전용 ‘PET-CT’로 초기 진단 빨라져
국내 5~6개 의료기관만 검사 가능

전립선암은 다른 암에 비해 진행 속도가 느리고 치료가 잘 돼 ‘순한 암’으로 불린다. 5년 생존율(2017~2021년)이 96%에 달한다. 다만 이는 암이 제자리에 머무르거나 전립선을 약간 벗어난 정도에 진단됐을 때 얘기다. 다른 장기로 원격 전이가 일어난 경우 생존율은 절반 이상(45% 안팎) 뚝 떨어진다. 그만큼 조기 발견이 중요하며 정확하고 신속한 진단·치료가 따라줘야 오래 살 수 있다는 얘기다. 근래 이를 가능하게 하는 첨단 검사 장비와 기술들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전립선암 진단과 전이 유무 확인은 물론, 치료에까지 활용되고 있어 관심을 끈다.

‘3D MRI·초음파 융합 영상 장비’를 활용한 조직검사가 그중 하나다. 기존 조직검사는 초음파 장비를 직장(항문) 안에 넣고 실시간 초음파 영상을 보면서 바늘로 전립선을 찔러 조직을 채취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검사 시간은 10~15분 정도로 짧지만, 직장으로 초음파를 삽입하고 조직 검출을 위해 바늘이 전립선을 통과할 때 순간적인 통증이 발생해 환자들이 불편해하거나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또 호두알 크기 만한 전립선을 최대 12군데 찔러 조직을 얻는데, 초음파 영상에선 암과 정상 조직을 완전히 구별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조직검사 정확도는 50%가 채 되지 않는다.

이에 검사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조직 채취 바늘이 들어가는 위치를 실시간 볼 수 있는 초음파 영상과 암 의심 부위를 보다 정확히 알려주는 MRI 영상을 합친 ‘3차원 융합 영상’을 활용해 조직검사를 진행하는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2020년부터 해당 방식의 전립선 조직검사를 적용 중인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의 비뇨의학센터장인 이승주 교수는 23일 “직장을 경유한 조직검사는 감염, 손상에 따른 출혈 위험이 상존하고 정확성이 떨어지는 한계점이 있다”면서 “반면 MRI와 초음파 영상을 융합한 검사법은 직장이 아닌 회음부(음낭 아래)를 통해 바늘을 삽입하기 때문에 감염·출혈 위험이 낮으며 20군데 이상 찌를 수 있어 검사의 정확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모든 과정이 수면 내시경 검사를 받을 때처럼 수면 마취 상태로 진행돼서 환자는 바늘 삽입 시 불편함이나 조직을 뗄 때의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 의료진은 환자가 움직이지 않는 안정된 상태에서 원하는 부위의 조직을 정확히 얻을 수 있다.

전립선암 전용 PET-CT 검사 장면. 성빈센트병원 제공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전립선암 전용 ‘PSMA PET-CT 검사’다. PSMA는 전립선암에서만 특이하게 발현되는 항원 단백질이다. 이 검사법은 PSMA에 선택적으로 달라붙는 방사성의약품인 갈륨(Ga-68)을 환자 몸에 주사하고 암세포에서 방사선 신호가 방출되면 이를 PET-CT(양전자방출단층촬영)로 포착하는 원리다. 민감도와 특이도가 높아 전립선암의 진단, 전이 유무 확인, 병기 설정, 치료 반응 평가에 유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암 진단 후 치료 방법 결정에 이 검사가 아주 유용하다. 기존에는 일반 CT나 뼈 스캔으로 주변 장기로의 전이 여부를 확인했는데, 두 검사법은 전이된 장기에 암이 어느 정도 자라야 포착 가능하다. 따라서 전이 초기엔 진단이 힘들고 그로 인해 항암 등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 이 교수는 “하지만 PSMA PET-CT는 암이 형상을 갖추기 전, 즉 세포 단위에서 감지할 수 있어 진단 시기가 훨씬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속한 전이 확인을 통해 병기가 결정되면 그만큼 치료를 빨리 시작할 수 있다. 특히 남성 호르몬 억제 치료에 내성이 생긴 난치성 전립선암 환자들의 치료 대상 선별을 위한 필수 검사로 급부상했다. 최근 기존 남성 호르몬 치료약보다 내성이 덜하고 치료 효과는 더 좋은 신약들이 많이 보급돼 있는데, 이들 신약 치료에 적합한 환자들을 쉽게 찾아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이 장비는 방사성의약품인 갈륨 생산시설을 함께 갖춰야 해 현재 국내 5~6개 의료기관만이 검사 가능한 것으로 파악된다. 성빈센트병원 비뇨의학센터는 지난 4월 지역 최초로 해당 장비를 도입했다.

‘PSMA PET-CT’는 진단뿐 아니라 전립선암 치료에도 적용되고 있다. 진단용 갈륨 대신 또 다른 방사성의약품 ‘루테티움’을 투여하면 전립선암에 달라붙고 암세포에 방사선을 내뿜어 괴사시키는 방식이다. 최근 국립암센터에서 2명, 성빈센트병원에서 1명의 전립선암 환자가 이 치료 혜택을 받았다.

고령이거나 암의 진행 위험이 낮은 전립선암 환자에 대해선 추이를 관찰하며 주기적인 검사를 시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동반된 기저질환이 없고 향후 생존 가능 기간이 10년 이하라면 수술로 전립선을 제거한다. 수술은 개복, 복강경 방식에 더해 근래에는 부작용이 적고 회복이 빠른 로봇 수술이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이 교수는 “전립선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할 수 있고 진행된 전립선암도 최근 신약 등이 많이 나와 있는 만큼, 인터넷에 떠도는 잘못된 정보에 낙담하기보다 전문 의료진과 상담을 통해 정확히 진단받고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을 선택해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