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 설립자인 조용기(1936~2021) 목사가 남긴 가장 큰 유산은 무엇일까. 많은 업적을 열거할 수 있겠지만 빠질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한국교회의 힘, 이른바 ‘K미션’의 파워를 세계만방에 알린 점이다. 박명수 서울신학대 명예교수는 지난해 9월 6일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열린 ‘영산 조용기 목사 2주기 추모 목회자 콘퍼런스’에서 이렇게 말했다.
“조 목사를 중심으로 한 K미션은 1970년대 많은 해외 목회자를 한국으로 불러들였다. 동시에 조 목사는 해외여행의 자유화, 공산권의 붕괴라는 흐름을 활용해 전 세계를 누비며 복음을 전파했다.”
이 같은 조 목사의 사역에 뒷배가 돼준 곳이 바로 국제교회성장연구원(CGI)이다. 해외 교회에 여의도순복음교회의 부흥 전략을 소개하던 이곳은 언젠가부터 지구촌 영적 지도자들이 모이는 공동체로 자리 잡았다. 다음 달 23~26일 열릴 CGI 콘퍼런스는 CGI의 힘과 이 단체가 갖는 가치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일보는 올해 30회째를 맞는 CGI 콘퍼런스를 한 달여 앞두고 기획시리즈로 CGI의 역사와 이번 행사가 갖는 의미를 집중 조명한다. 우선 CGI는 어떤 곳이며, 이 단체가 벌이는 활동은 무엇인지부터 살펴보자.
세계 교회의 현주소가 이곳에 있다
1976년 11월 만들어진 CGI의 설립 취지는 간단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성장 노하우를 세계 교회와 공유하자는 것이었다. 조 목사는 미국 대형교회의 원조로 통하는 수정교회(Crystal Cathedral) 설립자인 로버트 슐러(1926~2015) 목사를 비롯해 미국의 교회성장 전문가인 피터 와그너(1930~2016), 선교학 교수였던 도널드 맥가브란(1897~1990) 같은 유명 신학자들과 함께 국내외에서 교회성장 세미나를 개최했다.
하지만 이때만 하더라도 CGI에 주목하는 세계 교회 목회자는 많지 않았다. 세계적 명성을 쌓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부터였다. 1977년 제1회 콘퍼런스 이후 열리지 않던 CGI 콘퍼런스는 1983년 제2회 대회를 시작으로 1~2년에 한 번씩 개최되면서 세계 교회의 ‘현재’를 살필 수 있는 자리가 됐다. 시작은 여의도순복음교회였지만 CGI는 서서히 세계 교회 지형도에서 가장 강력한 구심력을 가진 단체로 성장했다. 지구촌의 내로라하는 대형교회 목회자들이 모이는 곳이 됐다는 의미다. CGI는 그동안 100개국에서 600회 넘게 세미나를 열었고 누적 참가자는 1200만명에 달한다.
콘퍼런스나 세미나 외에도 CGI의 활동은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됐다. 단체명과 같은 이름의 계간지를 통해 부흥하는 교회들의 성장 전략을 소개한 것이 대표적이다. 계간지는 현재 181개국 1만8000여명에게 배포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CGI의 가장 큰 성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많은 교회가 성장하는 데 끌차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CGI를 통해 여의도순복음교회의 부흥 노하우를 익힌 뒤 자국으로 돌아가 교회를 크게 성장시킨 목회자가 한두 명이 아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관계자는 “CGI는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중심으로 세계 교회가 함께 부흥하는 선순환의 역사를 만든 단체”라고 소개했다.
“기도를 통한 부흥을 경험하자”
올가을 국내외 목회자들이 주목하는 행사 중엔 지난 22일 인천 송도에서 개막한 제4차 로잔대회를 빼놓을 수 없다. ‘세계 복음주의권 올림픽’으로 불리는 이 대회는 교회의 시대적 과제를 모색한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그렇다면 로잔대회와 CGI 콘퍼런스는 무엇이 다를까. CGI 콘퍼런스 성회 본부장인 고영용 여의도순복음교회 부목사는 23일 이렇게 설명했다.
“로잔대회가 선언문을 발표하는 등 ‘이론적 요소’가 강한 행사라면 CGI 콘퍼런스는 ‘실천적 요소’에 주목하는 행사다. 구체적인 부흥 방안을 논의하면서 함께 기도하게 된다. CGI는 부흥의 실천적 방안이 무엇인지 항상 고민해왔다.”
제30회 CGI 콘퍼런스는 여의도순복음교회와 경기도 파주 오산리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 등지에서 열린다. 행사 마지막 날인 26일엔 서울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대규모 기도회도 예정돼 있다. 기도회에는 국내외 목회자와 성도 등 1만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퍼지기 직전인 2019년 대회 이후 처음 열리는 행사라는 점에서도 세계 교회의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현재 CGI 이사회는 25개국 60여명의 목회자로 구성돼 있으며, 이영훈 목사가 총재를 맡고 있다. 이 목사는 “올해 대회는 급변하는 세계 정세와 국가 민족 문화 종교 사이의 대립과 갈등 속에서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커다란 도전을 마주한 가운데 준비되고 있다”며 “우리가 항상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교회가 복음을 전파하고 세상을 변화시켰던 모든 순간엔 항상 기도가 선행됐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30회 CGI 콘퍼런스를 통해 기도의 열정을 회복하는 계기가 마련되길 바란다”며 “CGI 콘퍼런스를 통해 ‘기도를 통한 부흥’ ‘기도를 통한 교회 성장’을 경험하는 간증의 주역들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