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가운 다섯쌍둥이 출산과 열악한 의료 현실

입력 2024-09-23 00:31
서울성모병원은 20일 낮 남자아이 3명과 여자아이 2명의 ‘오둥이’가 건강하게 태어났다고 밝혔다. 사진은 오둥이의 초음파 사진. 서울성모병원 제공

국내에서 처음으로 다섯쌍둥이가 자연임신으로 태어났다. 저출생 문제가 심각한 와중에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지난 20일 서울성모병원에서 남자아이 3명과 여자아이 2명의 오둥이가 고고성을 울렸다. 국내 다섯쌍둥이 출산 소식은 2021년 이후 3년 만이며, 자연임신으로 생긴 ‘오둥이’는 국내 최초이자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다. 의료사태 속에서도 서울성모병원 측은 신생아 한 명당 소아청소년과 교수, 신생아집중치료실 간호사, 분만실 간호사 등 3명씩 팀을 꾸리는 등 철저한 준비 끝에 다섯 생명이 건강히 세상의 빛을 보게 했다. 귀한 생명을 지키기 위한 의료진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지난해 0.72명 등 우리나라가 수년간 압도적으로 세계 최저 출산율을 보인 만큼 다섯쌍둥이의 출산 소식은 지난 주말 많은 화제를 낳았다. 해당 기사마다 축하의 댓글이 이어졌다. 윤석열 대통령도 원전 수주 확정을 위해 방문한 체코 현지에서 “다섯쌍둥이 기르는 일이 다섯 배의 기쁨이 될 수 있도록 정부가 힘껏 돕겠다”며 축하 메시지를 띄웠다. 하지만 다둥이 탄생을 기뻐하는 데만 그쳐선 안 될 것이다. 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고 제대로 클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나 다섯쌍둥이 부모도 직간접적으로 의료사태와 열악한 의료 현실의 영향을 받았다. 전공의 파업으로 진료가 힘들다는 병원이 많아 다섯쌍둥이를 돌볼 수 있는 병원을 찾느라 애를 먹었다고 한다. 또 아기들이 12월까지 인큐베이터에 있어야 하는데 처음 진료를 받은 이대목동병원에 신생아 중환자실이 없어 서울성모병원으로 옮겨서 낳아야 했다. 아이를 처음 맞이하는 의료 환경부터 녹록지 않은데 아이를 낳아 잘 기르라는 조언은 사치스러울 뿐이다.

필수의료 붕괴 소식이 잇따르지만 특히 산부인과 및 소아청소년과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말 전국 시군구 중 산부인과가 없는 곳이 10곳 중 3곳 꼴이다. 지난해 전국 수련 병원 95곳 중 소아 응급 환자에게 24시간 대응할 수 있는 곳은 전체의 27.4%로 전년도(38.0%)보다 10% 포인트 이상 급감했다. 지난 추석 때 의료사태로 인해 “아프지만 말자”라는 인사가 유행했는데 아기를 갖거나 어린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은 매일 이런 심정으로 산 셈이다. 저출생 문제는 여러 요인이 난마처럼 얽혀있어 해결이 쉽지 않지만 신생아 및 유아들의 생명과 직결된 의료 상황부터 풀어나가야 한다. 목숨보다 소중한 게 없지 않나. 교육과 주택 문제는 그 다음이다. 정부는 어떻게든 의사들을 설득해 의대 증원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문제를 개혁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물적,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