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7개 상급종합병원 대다수가 이르면 이번주 중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고유의 목적에 걸맞게 중증환자 진료 중심으로 개편하고, 전공의들의 과도한 노동에 의존하던 인력 운영을 전문의와 진료지원(PA) 간호사 위주로 재설계하는 것이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의 고질적 문제 해소를 의사 증원과 함께 의료개혁의 핵심축으로 판단하는데, 이런 구조 전환이 의료 현장을 떠나 있는 전공들이 복귀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22일 대통령실과 정부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사업 계획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 조만간 시행 단계에 들어갈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이 시점에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시범사업이 시작되면 상급종합병원다운 모습으로 중증환자에 집중하는 구조로 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거의 모든 상급종합병원이 시범사업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의 체질 개선이 수도권 환자·의사 쏠림 현상을 해소할 핵심 대책이라고 보고 구조 전환을 강구해 왔다. 정부는 병원들로부터 진료, 병상, 인력 등 5대 분야에 걸친 ‘혁신 이행계획서’를 제출받고, 중증 진료와 전문의 비중 확대 등 이행 사실이 확인되면 중증수술 수가(酬價) 인상 등으로 보상할 계획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KBS 방송에 출연해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을 위해) 연간 최대 3조원 이상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재확인했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이야말로 필수·지역의료를 위한 핵심 과제라고 판단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시범사업에 대해 “개혁의 곁가지가 아닌 본류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학교 교육이 정상화되려면 대입제도와 대학부터 정상화돼야 하지 않느냐”며 “위(상급종합병원)에서 경증환자까지 흡수하고, 지역 환자들도 서울로 쏠리는 현재의 구조를 정상적으로 돌려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 전환 계획에는 전공의들의 인력 비중을 현재 40% 수준에서 절반 가까이 줄이고 근무시간을 대폭 단축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정부는 이 같은 조치가 그간 과도한 근로에 시달리다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에게 의미 있는 변화로 인식되길 바라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과 전공의 처우 개선,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세 가지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며 “분명히 복귀하는 전공의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