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 전문의가 국민의 피부를 지킵니다.’
대한피부과학회가 최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한 ‘22회 피부 건강의 날’ 행사에서 내세운 슬로건이다. 이 자리에선 피부과 의사를 거짓 표방하는 미용·일반의사들(비피부과)의 행태와 문제점, 대처 방안이 제시됐다. 윤석권 전북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올해 초 피부과 전공의·전문의 280명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현 상황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91.1%가 일반의(GP)나 다른 진료과 전문의들이 피부과 의사 행세를 하는 것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비피부과 의사들은 방송 출연이나 SNS 등 미디어를 악용(88.2%)하거나 진료과목 표시 위반(72.9%), 불법 홍보(62.7%), 진료 소견서 속이기(32.9%) 등을 통해 피부과 의사를 사칭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피부과 의사가 아닌 이들로부터 레이저나 필러 등 피부 미용시술을 받고 부작용이 생긴 환자를 경험했다는 응답은 86.7%에 달했다. 피부질환 부작용(63.9%), 피부미용시술 사고(47.6%) 환자를 본 적 있다는 응답도 높았다.
윤 교수는 “피부과를 전공하지 않고도 피부과 의사 행세를 하며 진료하는 경우가 빈번하고 그로 인한 환자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선 진료 과목 표시 관련 의료법 개정이나 단속(84.3%), 교육 및 홍보(76.8%) 등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다수였다.
또 최근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으로 촉발된 바이탈과(생명 직결 과목)의 의사 인력 부족 사태와 비피부과 의사들의 피부 미용시장 유입 현상의 관련성에 대해선 91.8%가 동의했다.
강훈 피부과학회 회장은 “피부과는 레이저·필러 등 미용 시술만 하는 게 아니라 아토피피부염, 피부암 등 여러 중증질환도 치료하는 필수의료 과목으로 오랜 교육과 훈련이 필요한데도 그간 비전문가에 의한 치료가 지속되면서 각종 부작용과 사고가 속출하고 있다”며 반드시 전문성을 가진 피부과 의사인지 여부를 확인한 후 진료받을 것을 당부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