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의 국가대표팀 감독 불공정 선임 논란을 들여다보고 있는 정치권의 압박 수위가 거세지고 있다. 협회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질의를 앞두고 자료 제출 요구에 미온적으로 대응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22일 국회 문체위 소속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협회는 국회 문체위원들이 요구한 공통자료 총 129건 중 절반 이상에 대해 “제공하기 어렵다” “(계약상) 일방적으로 공개할 수 없다” “개인정보, 비밀유지약정 등으로 제출할 수 없다”는 식의 답변을 제출했다. ‘역대 협회장 중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사례가 있느냐’는 서면질의에는 “2012 런던올림픽 박종우의 독도 세리머니와 관련해 당시 조중연 회장이 참석한 바 있다”는 답변서를 보냈다. 하지만 실제로 출석하진 않아 잘못된 내용을 보낸 셈이 됐다.
김 의원은 “협회가 제출한 답변서 대부분이 부실하거나 허위사실을 명시해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비협조적인 행태는 국민과 국회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현안질의 이후에도 협회 관련 의혹들을 철저히 파헤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체육계 비리 국민제보센터를 운영하는 올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 출신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이유로 “협회의 조직적 은폐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협회가 추석 연휴 이후 창립기념일(19일) 재량휴일(20일) 등을 이유로 자료 제출을 미룬 것도 꼬집었다. 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주요 관계자들이 국회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임에도 침묵으로 일관하며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과연 정상인가”라고 비판했다.
24일 국회 문체위 현안질의에는 정몽규(왼쪽 사진)회장, 홍명보(오른쪽) 대표팀 감독 등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그간 협회는 대표팀 감독 선임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여러 차례 해명했으나 불공정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최근 한 방송에서 정 회장의 4선 연임 도전에 대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게 명예로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체부는 이달 말 축구협회 감사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