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에 의한 위궤양 환자는 치매 위험이 3배가량 높고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를 받으면 위험도를 낮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위장 건강을 위한 헬리코박터균 치료가 뇌 건강도 지키는 새로운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위와 십이지장 점막에 서식하는 헬리코박터균은 소화성 궤양이나 위암은 물론, 뇌혈관 장벽을 통과해 뇌신경 염증을 유발하고 알츠하이머병의 주원인인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 침착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최근 연구를 통해 보고되고 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강동우, 여의도성모병원 뇌건강센터 임현국 교수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해 55~75세 4만7628명을 대상으로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 여부에 따른 치매 발병 위험도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위궤양 환자는 건강 대조군과 비교해 5년 및 10년 추적 관찰에서 치매의 위험 인자(고혈압, 당뇨병, 허혈성심장질환, 고지혈증 등)를 통제한 뒤에도 전반적인 치매 위험도가 약 3배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령별 세부 분석에선 60·70대의 경우 특히 알츠하이머성 치매 위험도가 높아졌다.
연구진은 또 위궤양 진단 후 6개월 안에 제균을 시작한 조기 치료군과 1년 이후 제균을 받은 지연 치료균을 장기 추적 관찰하며 치매 관련 위험 요인을 통제한 뒤 치매 위험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제균 치료 지연군은 적시에 제균을 시작한 군과 비교해 치매 위험이 배 이상 높아지는 걸 확인했다.
강동우 교수는 23일 “위장관 건강뿐 아니라 뇌 건강을 위해 헬리코박터균의 조기 진단과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면서 “제균 치료는 항생제와 위산 억제제 복용으로 가능하며 치료 후 균이 완전히 제거됐는지 꼭 확인하고 재발할 수 있어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임현국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치매 예방과 치료 전략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해당 연구결과는 미국 노화학회 공식 학술지(Geroscience) 최신호에 발표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