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는 고통없는 마지막 여생, 가족은 부담 없는 돌봄 원해

입력 2024-09-24 03:33

죽음을 앞둔 이에게 가장 중요한 요구는 고통 없는 여생이고, 가족들의 경우는 부담이 적은 돌봄일 것이다. 고통 없는 여생이란 육체적으로 통증이 없고 심리적으로는 우울, 절망, 외로움, 공포에 잠식되지 않는 것이다. 부담 없는 돌봄은 경제적인 면을 넘어 가족들의 일상이 무너지지 않고 돌봄을 좋은 기억으로 간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라면 반드시 마주해야 하는 죽음을 철저히 외면하며 사는 한국인들은 가족의 사별을 재난처럼 겪기 일쑤다. 생애 말기 어떤 선택과 돌봄을 해야 하는지 몰라 경황없이 병원으로 달려오고, 환자는 연명 의료의 고통을 겪고 가족들은 후회 속에 사별을 겪는다.

설문 조사에서 국민 다수는 마지막을 자신이 살던 집에서 보내길 원하지만, 재택 의료나 가정형 호스피스 서비스가 취약한 한국 사회에서 이런 바람은 이뤄지기 어렵다. 특히 암환자의 경우 대다수 국민들이 서울의 대형 대학병원에서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지만 그 병원들은 모두 입원형이나 가정형 호스피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결국 호스피스라는 선택의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마지막까지 치료받다 죽음을 맞는다. 실제 우리나라는 암환자의 23%만 호스피스를 이용한다.

살던 집에서 숨을 거두길 원하는 환자의 바람은 외면되고 돌봄이 막막한 가족들은 병원을 고수하며 무의미한 치료를 지속하게 된다. 깊게 자리 잡은 죄책감은 마지막 순간 하루 수십만 원 1인실에 모시는 것으로 달랜다.

지난 7월 기준 우리나라에서 입원이 가능한 호스피스 병원은 고작 98개다. 재택 임종의 요구는 늘고 있지만, 이중 가정형 호스피스를 제공하는 곳은 39곳뿐이다. 5년째 제자리로, 가정 임종을 원하는 요구는 전혀 충족될 수 없는 초라한 현실이다. 호스피스는 일반 의료 수가보다 더욱 낮은 수가에 묶여 있다 보니 대다수 민간 병원들은 손해를 감수하는 자선 사업으로 생각한다.

호스피스 병원 절반이 수도권에 집중된 이유는 자선 사업을 감당할 수 있는 가톨릭 재단 병원들과 국공립 병원들이 수도권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유명한 개신교 재단 병원들은 많지만 그중 호스피스를 운영하는 곳은 드물다. 안타까운 일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23년 보고서에서 국가가 허울뿐인 호스피스 확대를 말하지 말고 실제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