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수개발로 물 풍부한 곳 변신… 가뭄의 땅에 기적 이루다

입력 2024-09-24 03:05
말라위 월드비전 관계자들이 지난 10일(현지시간) 음페레레 치소소 마을에 설치된 식수대에서 수돗물을 틀고 있다. 이 수돗물은 한국월드비전이 식수개발사업 일환으로 지원한 식수저장탱크에서 공급된다.

극심한 가뭄으로 메마른 땅 아프리카 말라위에 첫 발을 내디딘 건 2002년 8월 31일. 월드비전 긴급구호팀과 함께한 ‘글로벌 호프 캠페인’ 취재 여정이었다. 파종할 씨마저 말라버린 상황에서 굶주리며 나무 열매로 연명하던 곳. 배고픔으로 울부짖는 아이들이 영양실조로 목숨을 잃는 현실을 속수무책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어른들.

혹독한 가뭄과 기근에 시달리던 말라위를 22년만에 지난 10일(현지시간) 월드비전 밀알의 기적팀, 이형기 덕양중앙교회 목사, 한민수 불로교회(인천) 목사와 함께 다시 찾았다. 말라위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말라위의 수도 릴롱궤에서 북동쪽으로 2시간 달려 도착한 음페레레 치소소 마을.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거대한 식수저장탱크가 눈에 들어왔다. 깨끗한 지하수를 길어올려 마을 주민들의 식수와 밭 농사를 위한 농업용수로 사용할 물을 저장하는 시설이다. 한국월드비전이 식수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지원해 설치한 것이다.

건너편 마을에 설치된 수돗물 식수대(water kiosk)는 만성적인 가뭄에 시달려온 말라위 주민들에게 생명줄과 같다. 4개 수도꼭지가 달려 있는 이곳에서 마을 주민들은 깨끗한 식수를 공급받고 있다. 치소소 마을에는 이런 수돗물 식수대가 7곳에 설치돼 있다. 이를 통해 주변 1.5㎞ 반경에 있는 1500명가량의 주민들은 물 걱정 없이 생활하고 있다. 노약자들이 식수대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경사로(barrier free)를 만들어 놓은 것도 눈길을 끌었다.

특히 지난 2022년 9월 30일 한국월드비전이 기부한 식수대를 마을 주민들이 현재 자조위원회를 만들어 유지·보수하고 있다. 찰스 조삼 말라위&빌리지 워터 뱅크 위원장은 “해마다 가뭄으로 물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었으나 월드비전의 도움으로 수돗물 식수대를 설치한 이후 우리 마을은 물이 풍부한 곳이 됐다”고 말했다.

치소소 마을에는 옥수수, 밀, 사탕수수 등을 재배하는 밭이 곳곳에 있다. 식수개발사업으로 안정적인 물 공급이 가능해지면서 파이프 라인으로 관개수로를 만들어 12㏊에 달하는 밭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레지나 토무 월드비전 관개수로 책임자는 “주민들이 밭에서 수확한 곡물과 채소를 자급하고 남는 것은 팔 수 있어 소득증대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말라위에는 아직도 물을 얻기 어려운 곳이 많다. 치소소 마을을 떠나 산 속 비포장도로를 40여분 달려 도착한 음체라 마을. 해발 450m 고지대에 위치한 이 마을 주민 600여명은 물을 길어오기 위해 샘물이 있는 계곡까지 가파른 내리막길을 오르내려야 한다. 특히 물을 긷는 일은 주로 여성들의 몫이어서 임신부나 아이를 안은 엄마들도 힘겹게 이 길을 다니고 있었다. 비가 내리는 날은 이 길이 질퍽해져 미끄럽고 위험하다. 월드비전 관계자는 “민간 식수개발 업체들이 4번이나 이곳을 다녀갔으나 개발을 포기했을 정도로 열악한 곳이다. 주민들은 월드비전이 식수를 개발해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프리카 말라위에는 조손 가정과 한부모 가정이 많다. 이들 가정에선 부모가 가출하거나 사망해 아이들이 조부모와 함께 살거나 한부모와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한민수 불로교회 목사가 지난 11일(현지시간) 치왈리왈리마을의 치멤웨군에게 염소를 선물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릴롱궤에서 북동쪽으로 120㎞ 떨어진 치왈리왈리 마을을 찾았다. 이곳에는 3학년 치멤웨(11)군이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다. 어머니는 사망했고 아버지는 재혼해 다른 지역에서 생활하고 있다. 할머니가 옥수수 공장에서 찌꺼기를 얻어다 치멤웨를 먹이며 어렵게 키우고 있다. 월드비전 아동후원사업에 참여한 한민수 목사는 치멤웨가 안정적인 생계를 꾸려갈 수 있도록 염소 2마리를 전달했다. 또 한국에서 정성스럽게 준비해간 가방, 비상의약품, 학용품 등을 선물했다. 한 목사는 “치멤웨는 눈빛이 살아 있다.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잘 클 것 같다. 이 아이를 도울 수 있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치멤웨를 위해 열심히 기도하고 돕겠다”고 말했다. 한 목사는 치멤웨가 어떤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잘 자라서 믿음의 가문을 세워갈 수 있도록 축복기도를 했다. 치멤웨군과 할머니는 한 목사의 따뜻한 후원과 선물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형기 덕양중앙교회 목사가 지난 11일(현지시간) 추루마을의 달레시양 가족에게 염소를 선물하고 있다.

10여분 차를 달려 도착한 추루 마을. 이곳에는 달레시(3)양이 6명의 가족과 함께 작은 집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피부병을 앓고 있는 달레시는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고통받고 있다. 아버지는 간질을 앓고 있고 형제들은 생활이 어려워 규칙적으로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있다. 월드비전 아동후원 사업에 참여한 이형기 목사는 “나도 피부병을 앓아본 적이 있어서 피부병으로 고통받는 달레시를 바라보는 내 마음이 얼마나 아픈지 모르겠다”며 연민의 마음을 전했다.

이 목사는 달레시와 가족의 생계를 위해 염소 2마리를 전달했다. 또 한국에서 정성껏 준비해간 학용품과 비타민 등을 선물했다. 이 목사는 “달레시가 피부의 어려움을 잘 넘겨서 욥과 같이 소망이 되고 집안에 놀라운 역사가 임하기를 바란다”고 축복기도를 했다. 달레시 아버지는 힘겨운 몸 상태에서도 이 목사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전했다.

염소 후원에는 목사인 김완식 월드비전 인천경기사업본부 참여나눔팀장도 함께했다. 김 팀장은 치멤웨와 달레시에게 각각 염소 한마리씩 후원했다. 이날 전달된 염소들은 말라위 월드비전 아동후원사업팀이 관리하면서 질병치료, 사육 등을 지원한다.

음페레레(말라위)=글·사진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