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권 복음화의 꿈, 미디어 선교로 꽃피우다

입력 2024-09-24 03:05

“이 트럼펫은 브로엄 선교사님의 유일한 유품이에요. 선교사님은 항상 본인이 평범하다고 말씀하셨지만 선교사님은 하나님의 주권 아래 대만 전 세대를 통틀어 큰 영향력을 끼친 분이셨어요.”

대만 최대 기독교교육문화방송사인 ORTV(Overseas Radio & Television Inc.)의 최고경영자이자 대만의 유명 개신교 합창단인 톈윈합창단(天韻·Heavenly Melody)의 단장 다니엘 셰씨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 ORTV 합창단 연습실에 놓인 트럼펫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셰씨가 언급한 미국인 선교사 도리스 브로엄(1926~2024·사진)은 ORTV·톈윈합창단의 설립자로 지난달 6일 별세했다. 셰씨는 “브로엄 선교사는 열두 살에 처음 중화권 복음화에 대한 소망을 품고 1948년 중국에 와 영어 음악 등을 가르치며 평생을 중화권 복음화에 헌신했다”면서 “결혼의 기회가 찾아왔음에도 대만 선교를 택하고 2000년 발생한 태풍으로 지역 전체가 침수됐을 때도 포기하지 말라며 끝까지 우리를 격려하셨다”고 회고했다.

브로엄 선교사는 대만 미디어선교의 선두자다. 그는 1951년 대만으로 이주해 1960년 대만의 첫 선교방송국인 ORTV를 설립하고, 현지인들을 위해 1962년 영어교육 라디오 프로그램인 스튜디오 클래스룸(Studio Classroom)과 영어교육 잡지를 발간하는 등 일찌감치 미디어를 통한 복음 전파에 나선 인물이다.

브로엄 선교사는 복음 전파뿐만 아니라 대만 발전에도 이바지해 2002년 그 공로를 인정받아 징싱훈장을 수훈하고 지난해 5월에는 대만 시민으로 인정받은 바 있다. 징싱훈장은 대만 총통이 정무 분야에 크게 기여한 이에게 주는 훈장이다.

또 그가 1963년 제작한 대만 최초 기독교 TV 프로그램 ‘헤븐리 멜로디’는 오늘날 톈윈합창단으로 자리잡아 브로엄 선교사의 유지를 이어오고 있다. 음악교실과 개인교습, 뮤지컬, 음악회, 마라톤 대회, 플래시몹 등을 아우르는데 모든 프로그램의 끝에는 꼭 복음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셰씨는 “현재 우리는 해외 30여개국 순회 공연은 물론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다양한 콘텐츠로 해외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면서 “대만에서는 종교단체가 학교 커리큘럼에 관여할 수 없게 돼 있지만 우리는 기독교 단체임에도 영어를 가르치기 때문에 학교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영어와 인격, 기독교 가치관 등을 가르치며 복음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고 말했다.

셰씨는 “성탄절 전후로 열흘간 7개 도시에서 순회전도 집회를 열고 있는데, 1만여명이 모이는 이 행사를 통해 매년 2000명가량이 결신기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평생 대만선교를 위해 헌신한 브로엄 선교사를 이어 앞으로도 복음 전파에 힘쓸 예정이다. 한국교회 성도 여러분도 우리의 사역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타이베이(대만)=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