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빵·호떡·칼갈이 전도로 갈라진 마음 보듬는 이 교회

입력 2024-09-23 03:06
정중교회 전도팀원들이 지난해 겨울 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전도용 호떡을 굽고 있다. 정중교회 제공

매주 토요일 오후가 되면 충북 청주의 마을 장이 열리는 인근 아파트 단지 앞 공터엔 정중교회(정현 목사) 건물이 그려진 트럭 한 대가 들어선다. 트럭에서 호떡을 구울 준비가 완료되면 지역 주민들이 트럭 주변으로 몰려든다. 정현(51·사진) 목사는 2017년부터 이곳에서 호떡을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정중교회가 고안한 지역전도 방법이다. 날씨가 무덥거나 눈이 와도 정 목사와 교회 전도팀은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건빵에서 시작된 복음

지난 19일 교회에서 만난 정 목사로부터 호떡 전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정 목사는 2009년 정중교회에 부임했다. 당시 교회는 한적한 시골 마을에 있었는데 주변 일대가 개발 구역으로 묶이면서 교회가 사라졌다. 보상도 받지 못했다. 교인이었던 한 권사가 땅을 기증해 교회를 세웠지만 이를 증명할 서류가 없었다.

이 과정에서 기존 교인들이 거의 떠났고 교회는 분열을 거듭했다. 정 목사 부임 당시 교회는 10년간 내분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져 있었다. 아내와 어린 두 아들을 데리고 온 정 목사는 사택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해 교회 목양실에서 먹고 지내기도 했다.

교회를 다시 세우기 위해 정 목사가 찾은 방법은 건빵 전도였다. 과거 ‘우리 밀 살리기 운동본부’에 잠깐 몸담았던 그는 우리 밀로 건빵을 만들어 전도지와 함께 나눠줬다. 특히 아기 엄마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 목사는 전도 아이디어를 고민하다 문득 마스크를 떠올렸다. 봄철 황사로 미세먼지 농도가 심했던 2016년부터 마스크를 전도지에 달아 나눠줬다. 가격이 건빵보다 훨씬 쌌다. 4년 후 코로나19가 발발하면서 전도를 위해 구비해둔 마스크를 지역 주민을 위해 제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는 전도는 한계가 있었다. 그렇게 시작한 게 호떡이었다. 기본 장비를 갖추려면 적지 않은 돈이 필요했다. 마침 전도사 시절 주례를 봐줬던 육군 부사관 형제가 헌금을 했다. 그들은 “정 목사님 생각이 나서 연락을 드렸다”며 200만원을 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근무하며 정중교회에 출석하던 자매도 결혼하고 이직하면서 100만원을 헌금하고 갔다. 교인들도 십시일반 거들어 중고 소형 트럭를 구입했다.

이 와중에 정 목사는 육체의 질병과 사투를 벌여야 했다. 정 목사는 난치성 질환인 ‘베체트병’을 앓고 있다. 원인을 모르는 면역반응 때문에 여러 장기에 반복성, 폐쇄성 혈관염이 발생하는 만성 전신질환이다. 2010년 소장이 터져 응급수술을 받아야 했다. 대장 네 군데도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정 목사는 “수술대 앞에서 ‘하나님 저 좀 데려가 주세요. 너무 힘들어요’라고 기도를 할 정도였다”면서 “지금은 하나님 은혜로 완치환자와 다름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 고백했다.

전도 본질은 ‘영혼 구원’

정현(오른쪽) 목사와 교회 성도가 칼을 갈고 있는 모습. 정중교회 제공

정 목사는 매주 소속 교단인 한국기독교장로회 홈페이지에 전도 후기를 남긴다. 전도하고 싶어도 방법을 알지 못해 고민하는 동료 목회자를 위해서다. 게시물엔 그날 전도 사진과 소감이 담겨 있다.

호떡 전도와 건빵 전도는 타교단으로도 소문이 퍼졌다. 정 목사는 소수의 목회자와 채팅방을 만들어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한다. “온라인상에서 전도하는 동역자가 있다는 사실이 큰 힘이 돼요. 목회자들도 직접 전도를 해보니 영혼 구원이 왜 어려운지 절실히 깨닫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교회를 위하는 마음이 더 커지더라고요.”

교인들 사이에서 나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정중교회는 힘들어서 새신자가 별로 없다. 교인이 되면 호떡을 구워야 하고 칼을 갈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 목사는 “현재 교인들은 ‘정중교회화’됐다”면서 “전도를 이어갈 수 있었던 건 교인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가 영혼 구원을 위해 내세우는 건 전도뿐만이 아니다. 그는 교회 부임 후 기존의 설교 스타일에도 변화를 줬다. 듣기 좋은 설교에서 ‘부담이 되는 설교’를 전하는 것이다.

“과거엔 사회선교를 외쳐보기도 했지만 결국 본질은 복음에서 난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로 성경에 충실한 말씀을 전해요. 교인들이 설교를 들으며 마음이 불편한 경우도 생겨요. 그만큼 신앙인으로서 중심을 잃지 않도록 때로는 쓴 설교도 마다하지 않아요. 성도의 영혼을 살리는 것이 목회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청주=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