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본격 막 오른 글로벌 금리 인하… 정부의 시간이 다가왔다

입력 2024-09-20 00:31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금리인하 결정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8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기존보다 0.5% 포인트 인하(빅컷)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린 것은 2020년 3월 이후 4년 반 만이다. 물가는 안정되고 있지만 실업률 급등 등 고용시장의 냉각 조짐을 고려한 선택이다. 앞서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 6월에, 영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각각 내린 바 있다. 코로나 이후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한 긴축의 시대가 막을 내리는 분위기다.

우리나라도 금리 인하 여건은 무르익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년5개월 만에 가장 낮은 2.0%를 기록하는 등 5개월 연속 2%대 안정세를 보였다. 반면 소매 판매는 약 1년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고 실질 소득도 2022년 3분기부터 8분기 연속 감소했다. 고금리 기조가 실물 경기를 짓눌러 온 셈이다. 물가와 내수만 보면 당장 기준금리를 낮춰도 이상하지 않다. 문제는 부채 및 부동산 시장 불안이다. 지난달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폭은 10조원에 달했고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약 6년 만에 최대였다. 이달 대출 규제가 본격화했지만 12일까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지난달 말보다 2조1772억원 늘어나는 등 대책 효과가 크다고 볼 수 없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금리가 내려갈 경우 우리 경제가 내수 활성화보다는 빚의 수렁에 빠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경기침체 부각 조짐은 또 다른 위험 요인이다. 연준은 빅컷에 이어 연내 최대 0.5% 포인트 추가 금리 인하도 시사했다. 그만큼 미국 실물 경제가 급격히 둔화할 가능성에 대비한다는 의미다. 중국이 장기간 경기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는 와중에 미국마저 경기 둔화가 현실화하면 우리의 수출 호조세도 장담하기 어렵다.

당국의 정교한 정책 조합이 중요해졌다. 빚의 증가세를 일차적으로 억제하면서 취약계층에 대한 맞춤형 지원 등 내수를 진작하고 투자 촉진을 서둘러야 한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2020년 4분기 242.7%에서 지난해 4분기 251.3%로 증가했다. 반면, 전 세계는 이 기간 평균 285.4%에서 245.1%로 급감했다. 각국이 고금리 시대를 맞아 과도한 부채를 털어낼 때 한국만 역주행했다는 건 정책 실패나 다름없다. 올해도 당국의 오락가락 정책으로 내수 활성화도, 부동산 안정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더 이상 시행착오는 없어야 한다. 글로벌 금리 인하 시기에 당국의 대출·부동산 및 실물 경기 대책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섰다. 정부의 시간이 왔는데 이를 허투루, 그리고 잘못 써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