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삼킨 늦더위… 전국서 온열질환자 속출

입력 2024-09-19 00:15
서울 서남권에 폭염경보가 내려진 18일 오후 서울시내 도로 위에서 한 시민이 전광판에 ‘서울지역 폭염경보 발령. 차량점검, 안전운행 하세요’라고 적힌 문구를 바라보고 있다. 9월 중 서울에 폭염경보가 발령된 것은 2008년 폭염특보제 도입 이후 지난 10일에 이어 두 번째다. 연합뉴스

이번 추석 내내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이례적 늦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서울에선 사상 처음으로 ‘한가위 열대야’가 나타났고, 연휴 기간 전국 곳곳에서 온열질환자가 속출했다. 가을폭염은 20일부터 한풀 꺾이겠지만 10월까지 평년보다 더운 날씨가 이어질 전망이다.

기상청은 18일 오전 10시를 기해 서울 서남권에 폭염경보를 내렸다. 서울에 9월 폭염경보가 발령된 건 지난 10일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폭염경보는 최고체감온도가 35도를 넘는 상태가 이틀 이상 계속되거나 무더위로 광범위한 피해가 우려될 때 발효된다.

전국에서 가장 시원한 지역 중 하나인 강원도 대관령도 이날 최고기온이 30도에 육박하는 29.7도까지 올라갔다. 추석날인 지난 17일에도 경남 양산의 낮 기온이 36.1도까지 치솟는 등 전국 곳곳에서 9월 최고기온 최고치가 경신됐다.

낮뿐 아니라 밤도 무더웠다. 서울은 17일 밤부터 18일 오전까지 최저기온이 26.5도를 기록하며 열대야 현상이 나타났다. 서울에서 추석날 열대야가 나타난 건 올해가 처음이다.

이례적인 추석 더위는 한국 주변 기압계와 태풍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현재 한반도 대기 상층에는 티베트고기압이, 중하층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이 겹쳐 있다. 두 고기압이 북쪽의 차고 건조한 바람을 막고 있는 형국이다.

또 중국 상하이 쪽으로 상륙한 제13호 태풍 ‘버빙카’의 영향으로 한반도에 고온다습한 남동풍이 부는 상황도 추석 불볕더위에 한몫했다. 제14호 태풍 ‘풀라산’ 역시 버빙카와 비슷한 경로로 북상 중이다. 풀라산의 영향으로 고온다습한 공기가 계속 유입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국 각지에서 폭염 피해 사례가 잇따랐다. 지난 17일 부산 동래구 사직구장에선 프로야구 관람객 40여명이 온열질환 증세를 보여 병원 등으로 이송됐다. 추석 당일에만 전국에서 11명이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았다.

추석 폭염은 전국에 비 소식이 예고된 20일부터 다소 완화할 전망이다. 기상청은 19일 제주도와 전남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내린 비가 이튿날부터 전국으로 확산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후 북쪽에서 찬 공기가 내려오며 기온이 다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폭염은 끝나더라도 다음 달까진 평년보다 더운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오는 21∼28일 아침 최저기온은 14∼25도, 낮 최고기온은 21~29도로 전망했다. 평년보다 2∼6도가량 높은 수치인데, 기상청은 이처럼 따뜻한 가을이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원준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