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 ‘삐삐’ 수천개 동시 폭발… 3000여명 사상

입력 2024-09-19 00:12
레바논 전역에서 17일(현지시간) 발생한 무선호출기 폭발로 복부와 눈을 심하게 다친 피해자들. 헤즈볼라 조직원들이 소지하던 무선호출기 수천 개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30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CNN은 이번 공격이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와 이스라엘군의 합동 작전이었다고 보도했다. AP연합뉴스

레바논 전역에서 17일(현지시간) 무장정파 헤즈볼라 조직원들의 무선호출기(삐삐) 수천 개가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해 최소 12명이 사망하고 3000명 이상이 다쳤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을 이번 테러의 배후로 지목하고 보복을 예고했다.

무선호출기 폭발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동부 베카밸리, 남부 이스라엘 접경 도시 등 헤즈볼라 거점 지역에서 오후 3시30분쯤부터 1시간 동안 발생했다. 피라스 아비아드 레바논 보건장관은 “사망자는 최소 12명, 중상자는 약 300명”이라고 밝혔다. 사망자 중에는 헤즈볼라 조직원의 10세 딸 등 어린이 2명도 포함됐다. 주레바논 이란대사도 이번 폭발로 다쳤다. 상태가 위중한 부상자가 많아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

폭발한 무선호출기는 발신 기능 없이 전화번호나 짧은 문자메시지를 수신해 작은 화면에 표시하는 통신기기로 1990년대 한국에서 ‘삐삐’, 미국에선 ‘비퍼(beeper)’나 ‘페이저(pager)’로 불렸다.

뉴욕타임스(NYT)는 “헤즈볼라 수장인 하산 나스랄라가 지난 2월부터 이스라엘 감시망에 노출될 수 있는 휴대전화 사용을 엄격히 제한했다”며 “헤즈볼라는 대만 업체 골드아폴로에 주문 제작한 3000개 이상의 무선호출기를 조직원들에게 배포했다”고 보도했다.

무선호출기 안에는 28~56g 분량의 폭발 물질과 원격 기폭장치가 내장됐고, 헤즈볼라 지도부의 메시지로 보이는 알림이 수신된 직후에 터졌다고 NYT는 전했다. 알림 내용을 확인할 때 폭발하는 바람에 눈과 손을 다치는 경우가 많았고, 호주머니에 호출기를 넣고 있다가 터지면서 복부에 부상을 입기도 했다. CNN은 이번 공격이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와 이스라엘군의 합동 작전이었다고 보도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에 “응당한 처벌을 반드시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헤즈볼라와 동맹 관계인 이란도 이스라엘을 맹비난했다. 미 국무부는 “우리는 사건을 사전에 알지 못했고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