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7월 16일부터 25일까지 스위스 로잔에서 열렸던 제1차 로잔대회의 정식 명칭은 ‘세계복음화국제회의(International Congress on World Evangelization)’였다. 당시 빌리 그레이엄 목사는 복음전도에 중점을 둔 선교대회를 열어 전도운동을 전개하고자 했다. 교회의 온전한 선교를 강조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로잔대회는 세계 복음주의 운동의 문화적 정체성과 미래 선교 지향점을 뒤흔들었다.
로잔대회는 처음부터 집회 중심의 대회가 아닌 학술대회 성격을 띠었다. 당시 대회에서는 수십 개의 주제가 논의됐다. 전 세계 150개국에서 참석한 2473명은 다양한 연구 그룹을 통해 전도전략 논문과 보고서를 제출했다. 전체 주제 강연 원고 중 11개 문서는 사전에 배포됐다. 1차 대회의 성과인 ‘로잔언약’은 다양한 주제의 문서들을 모아 집대성한 결과물이다.
당초 그레이엄 목사가 집중하려고 했던 주제는 ‘대위임령’(the Great Commission·마 28:16~20)이었다. 그리스도의 대위임령을 성취하기 위해 교회가 어떻게 협력해 이 과업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가 초점이었다. 1차 대회에서는 이전까지 복음주의권에서 크게 주목받지 않았던 주제들이 주목을 받았다.
그중 하나가 ‘미전도 종족’(Unreached People Group)이었다. 이 개념은 로잔대회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미전도 종족 개념의 창시자는 미국 풀러신학교 세계선교대학원의 랠프 윈터 박사였다. 윈터 박사는 타문화권 선교(cross-cultural mission)가 교회의 우선 사역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세계에는 단 한 명의 그리스도인이나 모국어로 된 성경이 존재하지 않는 수천의 민족 집단들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보고했다. 이 개념을 이론화시킨 사람이 풀러신학교 선교학의 대표자였던 도널드 맥가브란이었다. 윈터와 맥가브란은 로잔대회에서 미전도종족을 기억하자고 줄곧 주장했다.
실제로 이 개념은 1990년대 이후 한국교회에서 가장 많이 회자됐다. 거의 모든 선교대회에서 빠지지 않는 주제였다. 이와 관련해 ‘AD 2000운동’은 2000년까지 세계 복음화를 위해 한 교회당 한 미전도 종족을 입양해 각 종족에 선교사를 파송하자는 전략을 제시했다.
두 번째는 사회 정의와 기독교 선교의 관계 문제였다. 이 주제와 관련해서는 비서구권 출신 3명의 목소리가 두드러졌다. 에콰도르 침례교인 르네 파디야 박사는 ‘전도와 세계’를 주제로 논문을 썼다. 파디야 박사는 복음에는 개인적 영역뿐 아니라 우주적 영역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독교 메시지를 값싼 은혜, 소비자에게 ‘최상의 가치, 즉 영원토록 인생 성공과 개인 행복’을 보장하는 시장 상품으로 축소시킨 미국식 ‘문화 기독교’를 지적했다. 또 이를 기반으로 하는 교회성장운동 전략도 비판했다. 지금으로 말하자면 ‘번영신학’의 문제점을 밝힌 것이다.
이와 함께 페루 복음주의 학생운동 지도자이자 침례교 목사였던 사무엘 에스코바르는 ‘전도와 인간의 자유, 정의, 성취 추구’라는 논문을 발표하고 기독교를 서구의 공식 이념으로 만드는 것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는 불의가 일상화된 사회 상황에 참여함으로써 살아내야 하는 제자도에 대한 윤리적 요청을 외면한 것을 복음주의가 당면한 유혹으로 규정했다.
푸에르토리코의 침례교인 올란도 코스타스는 ‘전도의 깊이-전 세계 심층 전도 해석’을 논문으로 제출했다. 코스타스는 대위임령이 (사회) 구조적 영역에도 적용된다고 주장함으로써 파디야와 에스코바르의 메시지에 힘을 보탰다. ‘심층 전도’는 복음을 그저 개인에게만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현세대의 사회·경제 구조에도 적용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러한 문서들은 로잔언약에 반영돼 기독교인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항목이 7항에서 5항으로 전진 배치됐고 표현을 구체화하는 데 기여했다. 또 케냐의 동아프리카장로교 교단 총무였던 존 가투 목사가 강조한 서양 선교사의 모라토리엄 선언도 그 내용을 녹였다.
1989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렸던 2차 로잔대회에서는 루이스 부시 박사가 미전도 종족을 기반으로 “전 세계 대다수 미전도 종족이 사는 지역은 북위 10도에서 40도 사이의 지역”이라고 발표했다. 이른바 ‘10/40창(window)’ 개념을 창안해 선교의 구체적인 대상과 전략을 제시했다. 세계 교회는 이 전략을 통해 아시아와 이슬람 지역에 대한 관심을 더 강조했다. 2차 대회 문서 중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아파르트헤이트에 대항한 흑인 지도자 시저 몰레바치의 ‘압제당하는 자들에게 다가섬’을 주제로 쓴 논문도 있었다. 마닐라대회는 로잔언약을 기초로 21개 항목을 입안했다(마닐라 선언).
2010년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3차 로잔대회는 미전도종족 선교 이슈가 더 구체적으로 다뤄졌다. 참석자들은 미전도 종족에 대한 무관심과 복음전도를 게을리한 것을 회개하며 재헌신을 결의했다(케이프타운서약 2부 4항). 케이프타운 서약에서는 미전도 종족 중 선교에 소외된 종족들을 따로 분류했으며 성경 번역에 대한 강조, 구술(口述) 문화에 따른 메시지 전달방식, 평신도 지도자 양성 등과 같은 구체적인 방법들이 제시됐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