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돌이 됐다고 해서 찾아왔다
나는 아무 돌이나 붙들고
안아봤다
거기 있는 돌을 모두 밟았다
돌을 아프게 해보았다
돌들에게 소리지르고
돌 위에 글씨를 써보았다
옷을 벗고
누워보았다
돌에게 내가 전염됐다
이쪽저쪽으로 굴러보았다
돌 돌 돌 돌 돌 돌 돌
사방으로 부서진
이토록 많은 충돌
이토록 많은 생각
절대 뒤를 보면 안 돼
다시 사람이 될 거야
움켜쥐면 말하는 돌
너는 누구인가
돌을 집어
네 위에 올려놓고
손을 모은다
-손미 시집 ‘우리는 이어져 있다고 믿어’ 중에서
“어제까지만 해도 살아 있던 사람이 한순간에 죽어버리는 것이 이상했다”는 시인은 “죽은 이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라고 자문했다고 한다. 그리고 “사람의 모양을 버리고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게 된 이들의 흔적을 찾고 싶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