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이 우주 공간을 유영하는 시대가 열렸다.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12일(미국시간) 오전 인류 역사상 최초로 민간인의 우주유영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우주선 외부활동(EVA)으로 불리는 우주유영은 옛 소련과 미국 NASA(항공우주국) 소속 전문 우주비행사에 의해 1965년 처음 성공한 이후 지금까지 280여회 실시됐으나 민간인이 우주유영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스페이스X 홈페이지와 유튜브 등으로 생중계된 영상에서 스페이스X의 우주캡슐 ‘크루 드래건’에 탑승한 미국의 억만장자 재러드 아이작먼(41)은 오전 6시50분쯤 캡슐 상부에 위치한 해치(출입구)를 열고 우주 공간으로 나왔다.
스페이스X가 개발한 전용 우주복을 입은 아이작먼은 한손으로 해치에 부착된 사다리를 잡고 약 730㎞ 상공의 우주선 위에 홀로 섰다. 한 손은 구조물을 잡고 있었지만, 다른 손은 자유롭게 움직여 보였다.
아이작먼은 무전을 통해 “지구에 있을 때 우리는 할 일이 많지만, 여기서는 마치 완벽한 세상처럼 보인다”고 민간인 최초로 우주공간에 선 소감을 전했다.
아이작먼은 10분가량 선체 외부 우주공간에 체류한 뒤 선내로 돌아왔다. 뒤를 이어 스페이스X 소속 엔지니어 새라 길리스가 우주유영에 나섰다. 두 명의 우주선 밖 체류는 합해서 30분 정도에 그쳤지만 전문 우주비행사가 아니라 민간인도 우주 공간을 산책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들은 과거 우주비행사들처럼 줄에 매달려 우주공간을 떠다니는 형태로 유영하지는 않았다. 한손으로는 구조물을 잡고 있기 때문에 마치 우주선에 붙어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번 민간인 첫 우주유영은 ‘폴라리스 던(Polaris Dawn)’이라는 이름의 우주 프로젝트로 전자결제사 재벌인 아이작먼이 비용을 대고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함께 2년여간 준비했다.
아이작먼은 퇴역 공군 조종사인 스콧 키드 포티, 스페이스X 여성 엔지니어인 길리스·애나 메논과 함께 지난 10일 크루 드래건에 탑승해 우주로 날아올랐다. 이들은 오는 14일 지구로 귀환할 예정이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