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칫거리였던 해양플랜트 사업이 다시 조선업계의 유망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가 원유 및 천연가스 생산 설비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양플랜트는 바다 아래 묻힌 석유, 가스 등을 탐사·시추·발굴·생산하는 해상 설비를 말한다.
한화그룹은 12일 부유식 해양플랜트 전문 업체 다이나맥홀딩스의 지분을 공개 매수하겠다고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오션은 싱가포르 상장사인 다이나맥홀딩스의 경영권을 확보할 계획이다. 다이나맥홀딩스는 싱가포르 현지에 생산거점 2곳을 갖고 있다.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FPSO),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설비(FLNG) 등 건조 능력을 갖췄다. 한화 관계자는 “경영권을 확보하면 생산기지를 늘리는 ‘멀티 야드’ 전략을 구사해 시장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해양플랜트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2017년 세계 최초의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설비(FLNG)를 인도하고, 현재까지 발주된 FLNG 8기 중 5기를 수주했다. FLNG는 해양플랜트의 한 종류로 바다 위에서 천연가스를 시추한 후 바로 액화천연가스(LNG)로 만들어 저장·하역할 수 있다. 1기 가격이 15억~30억 달러(약 2조~4조원)로 LNG 운반선 6~12척 가격과 맞먹는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이 회사는 최근에는 캐나다 에너지 기업 펨비나파이프라인으로부터 2조원 규모 FLNG 1기 제작을 수주했다. 2022년 해양플랜트 수주가 0건이었던 HD현대중공업도 지난해 부유식 원유생산설비(FPU) 1척을 수주한 데 이어 지난 3월 고정식 해상플랫폼 1척 계약을 따냈다.
국내 대형 조선사들은 해양플랜트에 아픈 기억이 있다. 2010년대 초 경쟁적으로 원유 시추용 해양플랜트 시장에 뛰어들어 수주 경쟁을 벌였다가 유가가 폭락하면서 큰 손실을 봤다. 발주처인 에너지 기업이 망하거나, 주문했던 제품을 가져가지 않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에서 해양플랜트 사업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