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을 풀기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가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료계 참여 여부에 달려 있다. 국민의힘이 협의체 참여를 요청한 의료단체 15곳 가운데 일부는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대부분은 참여 의향을 밝히지 않은 전공의와 의대생 눈치를 보는 모습이다.
12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대한병원협회와 상급종합병원협의회, 대한수련병원협의회 등 단체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이 발송한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요청의 건’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받은 뒤 참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대한전공의협의회와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 대한의사협회 등 15개 단체에 공문을 보냈다.
윤을식 대한수련병원협의회장(고려대의료원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협회 차원의 공식 의견은 아니지만 정치권에서 일단 의제 없이 협의체 구성을 제한했으니 참여해서 대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좋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다만 윤 회장은 “그런 컨센선스(합의)가 모이면 참여하겠지만 아직 참여를 결정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 협의회는 이날 상임이사회 회의를 열고 참여 여부를 논의했다.
한승범 상급병원협의회장(고대안암병원장)도 “검토는 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결국 전공의들이 테이블에 앉는 게 목표인데 전공의 없이 다른 단체가 들어가서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진우 대한의학회장은 전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협의체 제안을 굉장히 환영한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다음 날 “신뢰 회복을 위한 정부의 조치와 태도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입장을 낸 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의대협이 참여 의사를 전해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의교협은 “현재까지 참여 여부에 대해 논의하거나 결정한 바 없다”며 선을 그었다.
결국 집단행동에 나선 전공의와 의대생 측이 대화 테이블에 앉지 않으면 의료계의 협의체 참여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 의료 단체장은 “전공의가 정부 정책에 격앙돼 있는 상황에서 다른 의료계 단체가 들어간다고 선언하기는 쉽지 않다. 전공의들은 ‘2025학년도 증원 백지화’가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단체장은 “이미 전공의들은 의협이나 대학교수가 설득한다고 해도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몇 차례 보여주지 않았느냐”며 “의료계가 전공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