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 위험 향하는 서울 주택시장… 한은 “가계부채 비율 다시 늘 듯”

입력 2024-09-13 02:12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한 주택가격 상승은 수급 상황, 금융 여건 등에서 과거 주택가격 상승기와 유사한 점이 있다고 한국은행이 분석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도 다시 늘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은 12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9월)’ 중 ‘최근 주택시장·가계부채 상황에 대한 평가 및 시사점’에서 이같이 밝혔다. 통화신용정책보고서는 연 2회 작성하는 것으로 올해는 지난 3월에 이어 두 번째다.

보고서는 현재 서울의 명목 주택가격이 2021년 고점의 90% 수준을 회복했고, 서초구 등 일부 지역 아파트 가격은 전고점을 웃돌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로 인해 서울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PIR)이 높은 수준에서 재상승하고, 한은이 자체 추산한 서울의 주택시장 위험지수도 ‘고평가’(0.5~1.5) 단계에서 재상승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7월 서울의 주택시장 위험지수는 1.11로 ‘과열위험’(1.5) 구간 진입 전이지만 올해 1분기 0.62, 2분기 0.93 이후 지속 상승 중이다. 박영환 한은 통화정책국 정책기획부장은 “1년에서 1년 반 정도 지속되면 과열위험 구간에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2000년 이후 주택가격 상승기와 비교할 때 최근 상황이 수급 상황, 금융 여건, 거시 건전성 규제 등의 측면에서 유사한 점이 많다고 진단했다. 서울 등의 신축 아파트 공급 부족과 비아파트 기피 등에 따른 수급 불균형, 금리 인하 기대, 정책 금융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점이 과거 주택가격 상승기 분위기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다만 갭투자 비율은 다소 차이가 있었다. 지난 1~2분기 서울 갭투자 비중은 30% 안팎으로 2021년 평균(45%)보다 낮다.

주택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다시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21년 3분기 99.3%로 정점을 찍은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지난 1분기 92.1%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최근 월평균 5조~6조원씩 늘어난 가계 대출 규모를 감안할 때 4분기 이 비율은 92.6%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보고서는 가계 부채 임계수준을 넘어설 경우 소비 제약과 자원 배분 등을 통해 부정적 영향이 확산될 것으로 분석했다.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는 “조심스럽긴 하지만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 전세가율 등이 과거만큼 높지 않아 투기 수요가 제한되는 것으로 본다”며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 추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