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준비청년 A씨(25)는 100만 유튜버가 꿈이다. 채널명은 ‘자준청’. 자립준비청년의 줄임말이다. 막연히 유튜버의 꿈만 꿨는데 13일 채널을 개설하면서 드디어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지난 11일 서울 용산 제일기획 사옥에서 국민일보와 만난 A씨는 “삼성희망디딤돌2.0 직무 교육을 받으면서 유튜브 제작에 자신감이 생겨 평소 꿈을 실현하게 됐다”고 말했다. A씨는 전국의 자립준비청년과 함께 다양한 콘텐츠 영상을 만들 예정이다. 일면식도 없는 자립준비청년에게 직접 전화해 섭외하고 고가의 장비도 마련하고 있다. 그는 “자립준비청년에게는 ‘꿈을 응원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꿈이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고 마음속에 품기만 해 한이 됐다고 말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삼성희망디딤돌처럼 자립준비청년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응원받고 지지받는 사회가 지속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날은 삼성희망디딤돌2.0 온라인 광고·홍보 실무자 직무 교육을 수강한 16명의 자립준비청년이 만든 포트폴리오 발표회가 있었다. 지난 5월부터 4개월 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뽐내는 날이다. 매일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기숙사에서 수원에 있는 학원을 오가며 공부한 지식과 기술을 토대로 제작한 작품을 선보였다. 한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은 최대 7분. 기대를 뛰어넘는 퀄러티의 영상이 나올 때면 탄성이 터졌다. A씨는 자신을 ‘웃음과 감동을 추구하는 크리에이터, MZ 디자이너’라고 소개하면서 씩씩하게 발표했다. 가장 마지막 순번이었던 A씨는 지난 4개월 동안 그를 도왔던 모두에게 감사를 표하는 영상을 깜짝 공개해 훈훈한 마무리를 이끌었다. A씨는 “교육 중 포트폴리오 만드는 과정에서 작은 성취를 달성하며 자신감이 생기고 자존감이 높아졌다”고 소감을 전했다.
A씨 외에 다른 자립준비청년도 차례가 오기 전에는 긴장한 표정을 짓다가도 실제 발표에서는 떨지 않고 준비한 내용을 차분히 전달하는 의젓함을 보였다. 평가관으로 참석한 제일기획 디지털액티베이션팀 강신용 팀장과 펑타이코리아 주진영 프로가 포트폴리오 발표가 끝나면 바로 피드백을 줬다. ‘갤럭시 S24 홍보 영상 만들기’는 공통 과제였는데 의욕을 갖고 개별 과제까지 2개의 영상을 준비한 청년도 많았다. 한 자립준비청년의 발표가 끝난 뒤 강 팀장은 “현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가 만든 영상과 비교해도 손색 없을 정도로 재치 있는 감각이 돋보였다”면서 “모션이나 그래픽을 처리하는 매끄러움, 전체적인 구도나 콘텐츠 완성도가 매우 높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아직 더 많은 공부와 경험이 필요하겠지만 훌륭한 크리에이터로 성장할 거 같다”고 극찬하자 청년은 이내 울음을 터트렸다. 지난 4개월 동안 동고동락하며 친분이 두터워진 친구들도 덩달아 눈시울을 붉혔다. 먼 거리에 있는 여성이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장면을 갤럭시 S24로 찍은 영상을 통해 뛰어난 카메라 화질을 홍보하기도 했고, 해외 여행을 소재로 기가 막힌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낸 청년도 많은 칭찬을 받았다.
평가관은 총평에서 의미 있는 조언을 남겼다. 주 프로는 “광고편집 디자이너, 디지털 콘텐츠 개발 및 기획자, 온라인 광고 대행사 등으로 취직이 가능할 텐데 일러스트나 애프터이펙트, 프리미어프로 등 각종 툴을 다루는 능력은 기본으로 장착해야 한다”면서 “기능공이 되겠다는 생각보다는 더 넓고 깊게 보는 기획의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는 인공지능(AI) 시대인데, 결국에는 아이디어와 기획력이 풍부한 디렉터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였다.
제비뽑기 1번에 걸려 가장 먼저 발표자로 나선 스물한 살의 앳된 B씨는 떨기는커녕 관심받는 것을 즐기는 느낌이었다. B씨는 제과·제빵을 전공했는데 이번 삼성희망디딤돌2.0 교육을 들으면서 진로를 완전히 틀었다. 광고를 통해 누군가를 설득하고 대중에게 감동을 주는 데 매력을 느끼면서다. 그는 “포트폴리오를 만들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며 “평소에도 발표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는데 그동안 열심히 배운 것을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있어 어느때보다 열정이 넘쳤고 끝나고 박수를 받으니까 자신감이 더 충전됐다”고 웃어보였다. 부산에 살고 있는 B씨는 서울로 근거지를 옮겨 기업의 기획 파트에 취직하는 것을 새로운 목표로 삼았다. A씨와 마찬가지로 B씨도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기숙사에서 숙식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 데 고마움을 거듭 표했다. B씨는 “(삼성이) 학원을 오가는 셔틀버스를 제공해주고 직원 기숙사를 내줘 정말 편리하게 공부했다”면서 “무엇보다 식당 밥이 아주 맛있었다”고 말했다. A씨도 하루 세 끼를 챙겨 먹은 게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일과가 끝나면 스쿼시와 헬스를 하며 몸과 마음이 튼튼해지는 기간이었다.
자립준비청년 16명을 교육한 그린컴퓨터아카데미 수원의 강사 박서연씨는 4개월 동안 정이 많이 들어버렸다. 박씨는 “아이들이 소년·소녀가장 16명을 키우는 장녀 같다고 얘기하더라”면서 “선생님보다는 언니, 누나처럼 수업하고 어울린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처음에는 과제를 끝맺음하는 것을 어려워했던 아이들이 어느새 완벽하게 완성해 내는 것을 보고 뿌듯했다”고 전했다.
김혜원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