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열린 한·중·일 장관급 회의에 참석하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2일 오전 중도 귀국했다. 이날 오후 교육·사회·문화 분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하기 위해서였다. 일본에선 3국의 문화·관광 장관들이 모여 회의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정부질문 불출석 허가를 못 받아 장관은 귀국하고 대신 전날 밤 일본으로 날아간 차관이 나머지 일정을 이어간 것이다. 해외 장관회의에 참석하던 국무위원이 국회 출석 때문에 중도 귀국한 건 이례적이다. 유 장관은 당초 이날 한·중 관광장관회의와 한·중·일 문화장관회의 등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사흘 전엔 서울에서 개막한 국제회의에 참석 중이던 조태열 외교부 장관,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대정부질문에 출석하라는 요구를 받고 밤에 국회에 불려오기도 했다. 두 장관은 전 세계 36명의 장·차관급이 참석하는 ‘인공지능의 군사적 이용에 관한 고위급회의’를 주관하고 있었다. 이들은 당초 해외 인사들을 불러놓고 정작 주최자가 없으면 외교 결례이기에 사전에 국회로부터 불출석 허가서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야당에서 뒤늦게 실무자 실수라면서 다시 출석을 요구해 밤에 나오게 됐다.
국정 현안을 다루는 대정부질문은 중요한 자리다. 그렇기에 국무위원이 직접 출석해 답변해야 한다. 다만 국회법은 장관에게 불가피한 일이 있으면 교섭단체 허락을 받아 불출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업무와 직결된 장관급 회의에 참석해야 하는 유 장관이나 국제회의를 주관하는 외교·국방장관의 경우는 불출석할 만한 사유가 충분해 보인다. 그런데도 이를 허락하지 않아 중도 귀국 소동을 빚고, 외빈 만나기 바빴을 장관들을 구태여 밤중에 국회로 부른 건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다. 게다가 이들 회의는 대정부질문 일정에 앞서 잡혔다고 한다.
국회의 이런 경직된 태도는 바뀌어야 한다. 비단 국무위원뿐 아니라 그간 청문회나 국정감사의 증인 등을 부르는 데 있어서도 ‘묻지마 소환’이란 비판도 많았다. 그런 게 국회의 비뚤어진 권위 의식에서 기인한 게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물론 장관이나 대통령실 인사, 기업인이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불출석하려 한 적도 있었다. 그런 ‘꼼수 불출석’에 대해선 단호히 조치해야겠지만, 중요한 국제회의 참석이나 외교·안보 관련 사안, 국익 목적의 불출석 요청이라면 국회도 적극 수용해야 한다. 국회가 그런 데에서 합리적인 모습을 보일 때 위상도 높아지고, 의원들 목소리에도 더 힘이 실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