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호황을 맞아 사업장 가동률을 100% 이상으로 끌어올린 조선업계에서 사망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무리한 야간 작업 등으로 인해 산재 위험이 커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지난 9일 발생한 한화오션 하청노동자가 경남 옥포조선소에서 작업 중 추락해 사망한 사고에 대해 기자회견을 열고 원청의 무리한 작업 지시가 사고의 원인이었다고 11일 밝혔다. 작업을 마치고 퇴근하려는 하청업체에게 추가 작업 지시가 있었고, 업체 소장이 사고 위험을 경고했지만 원청이 하청 대표에게 지시해 작업을 강행했다는 주장이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야간 작업이 필요한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진행됐고, 올해 초 고용노동부 특별감독 당시 그물형 핸드레일 문제가 지적됐음에도 개선되지 않아 추락 사고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한화오션 측은 이에 대해 “작업 인원 선정과 지시는 협력사 관리자의 결정사항으로 원청이 무리하게 강행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올해 한화오션 사업장에서 4건의 사망 사고가 발생하는 등 국내 조선업 현장에서는 총 12건의 중대재해로 16명이 목숨을 잃었다. 한화오션은 사고 발생 다음 날 4시간 동안 옥포조선소 가동을 중단한 뒤 사과문을 내고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기 위해 관계기관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한화오션 뿐 아니라 각 조선소는 납기를 맞추기 위해 가동 여력의 한계치에 달하는 작업량을 소화하고 있다. 한화오션의 올해 상반기 사업장 가동률은 101%였다.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역시 각각 102%, 112%였다. 그런데도 밀려드는 주문에 납기 지연을 겪고 있다.
한화오션의 경우 지난 6월 HMM에 인도하기로 한 초대형 컨테이너선 6척의 납기가 5개월 미뤄졌다. 대우조선해양 시절 1만3668명(2015년)이던 임직원 수가 8569명(2022년)까지 감소한 뒤 인력 충원이 더딘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한화오션의 임직원 수는 올해 6월 기준 8993명이다. 조선사는 통상 납기 지연 시 하루 단위로 계약 금액의 0.1~0.2%의 지체보상금을 내야 한다.
근로자에게 작업을 거부할 수 있는 작업 중지·거부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하지 않으면 사고는 반복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조선사 노조 관계자는 “위험 요인이 감지되더라도 하청업체에 대한 작업 지시는 거부하기 어렵고 노조에서도 파악하기 어려워 그대로 진행되는 경우가 잦다”고 말했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