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한 문제와 우크라이나 전쟁, 가자지구 전쟁 등 외교안보 현안을 두고 전방위로 격돌했다.
해리스는 10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국립헌법센터에서 열린 TV토론에서 “그(트럼프)가 김정은과 러브레터를 주고받은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며 “독재자와 폭군들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기를 응원하고 있다. 아첨과 호의로 손쉽게 그를 조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대통령 재임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과 부적절한 관계를 가져왔다고 비판한 것이다.
트럼프는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자신에게 “중국과 북한이 트럼프를 두려워한다더라”고 했다면서 “북한에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라”고 말했다.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을 가졌던 트럼프 집권 시절과 달리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대화 없이 북한의 미사일 도발만 이어지는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해리스가 승리하기를 바란다’는 푸틴의 발언을 인용하며 “나는 푸틴이 진심으로 그런 말을 했을 것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도 공방이 이어졌다. 해리스는 “트럼프가 현 대통령이었다면 지금쯤 푸틴은 (우크라이나 수도인) 키이우에 들어앉았을 것이다. 푸틴의 계획은 우크라이나에서 멈추지 않는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푸틴은 폴란드를 시작으로 나머지 유럽 전역을 겨냥했을 것”이라며 “당신이 독재자의 호의를 얻기 위해 얼마나 빨리 폴란드를 포기할 수 있을지, 이곳 펜실베이니아에 사는 80만 폴란드계 미국인들에게 말해 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본인이 현 대통령이었다면 “푸틴은 아마 지금보다 훨씬 행복하게 모스크바에 앉아 있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트럼프는 해리스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직전 키이우를 방문한 사실을 언급하며 “해리스는 평화협상을 위해 그곳에 갔었는데 방문 사흘 만에 푸틴이 전쟁을 일으켰다”고 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나약하고 바보 같았기 때문이었다”며 “해리스는 끔찍한 협상가”라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해리스가 지난 7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미 의회 연설에 불참하고 흑인 여대생 클럽 행사에 간 사실을 두고 “이스라엘을 싫어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네타냐후가 의회에서 중요한 연설을 했는데 그와 만나지도 않고 여대생 모임에 갔다”며 “해리스가 대통령이 되면 2년 안에 이스라엘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에 해리스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해리스는 “나는 공직생활 기간 내내 이스라엘과 이스라엘 국민을 지지해 왔다. 트럼프도 그걸 잘 알고 있다”며 “트럼프의 외교안보 정책이 나약하고 잘못됐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고 강조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