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하늘을 비춰내는 자

입력 2024-09-14 03:11

성경이 말하는 ‘청결함’은 때 묻지 않은 상태를 말합니다. 어린아이의 믿음이 순수하고 종종 우리를 놀라게 하는 이유는 아이들의 직관성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들어오는(input)’ 것들을 다른 것과 섞지 않고 바로 ‘내보내곤(output)’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 믿음의 고백에 우리가 감동하는 것입니다. 우리 믿음의 사람들은 어린아이와 같은 영적 순수함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성경은 생명의 근원이 우리 마음에서 나온다고 이야기합니다. 모든 삶을 바라보는 창이 우리 마음에 달려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라는 표현도 있나 봅니다. 우리의 마음이 하나님을 비춰낼 수 있는 마음이 되어야 합니다. ‘비춤(mirroring effect)’의 가치를 아는 성도는 정말 깊이가 있는 성도입니다. 뉴질랜드는 자연환경이 좋기로 유명합니다. 그곳에 ‘미러 레이크(Mirror Lake)’라는 곳이 있습니다. 사진 보시면 이해가 더 쉬우실 텐데 수면에 산과 구름, 나무와 숲이 데칼코마니처럼 겹칩니다. 말 그대로 거울 호수입니다.

자연환경이 그대로 호수에 비치고 있습니다. 물에 사물이 비치려면 두 가지 조건이 있어야 합니다. 첫째 깨끗해야 합니다. 불순물이 있거나 뿌연 곳에는 절대로 사물이 비칠 수가 없습니다. 둘째 잔잔해야 합니다. 요동치는 물결에는 절대로 대상이 비칠 수가 없습니다. 우리의 마음도 똑같습니다. 내 심령이 복음 외에 다른 것이 섞여서 혼탁하거나 내 마음이 세상 것으로 인해 요동하면 절대로 하늘의 형상이 온전히 비치지 않습니다. 오늘 말씀입니다.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을 볼 것임이요.” 할렐루야.

영화감독 중에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 감독을 좋아합니다. 놀란 감독의 작품은 말 그대로 놀랍습니다. 천재적인 재능이 있는 감독입니다. 이 감독을 인터뷰하는 영상을 봤는데, 한 사람이 놀란 감독에게 질문했습니다. “당신은 왜 영화 만들 때 컴퓨터 그래픽(CG)을 쓰지 않나요.”

CG를 쓰면 물론 편합니다. 그리고 요즘은 기술이 발달해서 CG가 굉장히 실사화돼서 나옵니다. 그런데 놀란 감독이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실사처럼 보이는 거지 실사는 아니다.” 제작비가 많이 들어도 실제 촬영한 화면을 필름에 담는 이유로는 관객의 감동을 꼽습니다. 우리 눈은 원래 CG가 아니라 실사를 볼 때 감동하게 돼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 얘기를 가만히 듣는데 제 모습을 성찰하게 됐습니다. ‘와 영화감독도 자기가 만들고 싶어 하는 영화 하나에 최대한 실사를 담으려고 노력하는데 나는 어떠한가. 내가 정말 하나님 나라를 내 마음 안에 선명하게 실사로 담고 싶어 하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저는 이 ‘비춤(mirroring)’의 가치가 우리 믿음의 사람들이 깊게 묵상해야 할 재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하나님 나라가 내 안에 비치길 원하십니까. 실사로 담기기를 원하십니까. 이런 영적 갈망이 있기를 축복합니다. 세상의 불순물과 섞이지 않는 순전한 신부의 믿음을 소유하기를 원합니다. 하늘의 것을 우리 안에 담아내는 사람들이 됩시다.

이제일 인천제일교회 목사

◇인천제일교회는 복음주의 영성을 앞세우며, 성령 운동을 강조하고, 실천적 신앙을 강조하는 건강한 교회입니다. 새로운 10년을 선포하며, 선교적 교회와 선교적 삶에 대해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제일 목사는 감리교신학대, 미국 게렛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2015년부터 인천제일교회에서 사역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