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떠난 자리, 암수술 줄었다… 응급실 절반 “겨우 버틴다”

입력 2024-09-11 00:17
지난 2월 전공의 집단행동 이후 의사 인력이 줄어들면서 상급종합병원 6대 암 수술 건수가 17%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연합뉴스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지난 2월 전공의가 병원을 떠난 이후 상급종합병원 6대 암 수술 건수가 17%가량 줄어들었다. 의료진이 부족해 비상진료체계를 운영 중인 응급실의 경우 절반 이상이 “겨우겨우 버티고 있지만 불안하다”는 응답을 내놨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다. 정부는 약 400여명의 의사·간호사 신규 채용을 위한 인건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7월 상급종합병원에서 시행된 6대 암(위·대장·간·유방·자궁경부·폐) 수술 건수가 3만838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8% 감소했다.

간암 수술은 감소 폭이 23.1%로 가장 컸다. 이어 위암 21.7%, 갑상샘암 18.6%, 폐암 18.3%, 대장암 16.4%, 유방암 10.4% 순으로 수술 건수가 줄었다. 전공의가 병원을 이탈하자 병원들이 신규 외래 환자 접수를 받지 않고, 수술 건수를 줄이는 등 비상 운영에 나서고 있는 여파다.

의료 공백이 커지고 있는 응급실에서도 기존 인력들이 더는 버티기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가 지부가 있는 의료기관 65곳을 대상으로 비상진료체계 관련 설문조사를 한 결과 55.3%(36곳)는 ‘겨우 버티고 있지만 불안하다’고 응답했다. 설문에 참여한 의료기관 가운데 응급의학과 의사 수가 18명에서 6명만 남은 곳도 있었다. 노조는 “전공의들이 더는 응급실 파행을 방치하지 말고 조속히 응급환자 치료현장으로 돌아올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전날 제주에선 조기출산 위험이 있는 고위험 임신부가 도내 인력 부족으로 약 400㎞ 떨어진 인천의 병원으로 이송된 사실이 알려졌다. 제주에서 유일하게 신생아 중환자실을 운영하는 제주대병원이 전공의 파업으로 기존 2명씩 서던 당직을 1명만 서면서 임신부를 받지 못하고 전원 조치한 것이다.

정부는 중증 응급환자를 많이 수용하는 응급의료센터나 의료진 이탈로 진료 차질이 우려되는 의료기관에 대해 월 37억원의 인건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의사 160명과 간호사 240명 등 400명을 신규 채용할 수 있는 예산이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인건비 지원은 한 달로 끝나는 게 아니고, 인력 채용 추이를 보면서 당국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정통령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정규직으로 장기간 근무할 인력을 뽑는 것도 가능하고, 단기간 일할 수 있는 인력도 채용할 수 있도록 인건비 지원을 유연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의료 현장에 남은 의사들의 실명을 악의적으로 공개하고 있는 ‘블랙리스트’ 사태와 관련해 용의자 총 5명을 특정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청은 중대한 범법행위에 대해선 구속 수사를 하는 등 신속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은 지금까지 진료복귀 방해행위와 관련, 총 42건을 수사해 48명을 특정하고 32명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송치했다.

김유나 신재희 기자, 제주=문정임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