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절차 개시는 했지만… 업계 “티메프, 이미 사망선고”

입력 2024-09-11 01:01
티몬과 위메프의 회생절차 개시 결정이 내려진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에서 류화현 위메프 대표(왼쪽)와 류광진 티몬 대표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티몬·위메프(티메프)에 대해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지만 업계에는 희망감이 그다지 감지되지 않았다. 절차가 시작되긴 했지만 앞으로 회생계획안 인가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인가가 나더라도 티메프의 미정산 대금이 너무 큰 게 현실이고 셀러와 카드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있는 이커머스 특성상 회생이 쉽지 않을 거라는 데 무게가 실리기 때문이다.

티메프의 미정산 대금 규모는 1조3700억원으로 추산된다. 지난달 24일 기획재정부가 추산한 위메프·티몬 미정산 금액 상세 현황에 따르면 피해업체는 4만8124개사로 조사됐다. 정산 금액 1000만원 미만 업체 비중은 90.4%였고, 1억원 이상인 업체는 981개사에 달했다. 업종별 피해 상황을 비중별로 따졌을 때 디지털·가전, 상품권, 식품, 생활·문화, 패션·잡화, 여행사 순이었다.

다만 법원에서 파악한 위메프의 채권자 수는 약 6만3000명, 티몬 채권자 수는 약 4만7000명으로 총 11만명에 이른다. 회생절차에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회생절차는 개시됐지만 업계는 회의적인 반응이다. 이커머스 업계 특성상 정상화가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업계에서는 티메프가 회생절차를 개시해도 회복이 어려울 거라는 분위기가 파다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커머스 시장이 무서운 이유가 한 번 문을 닫았다가(영업이 중지됐다가) 다시 열면 기존 고객이 돌아오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또 “회생하기 위해서는 셀러, 카드사, PG사(전자지급결제대행사) 등 같이 움직여줘야 하는데 이미 신뢰를 잃어버린 상태에서 다시 (티메프에) 들어오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도 “외부 투자처로부터 돈이 수혈된다 해도 기존 비즈니스를 정상화하는 데 쓰기보다는 일단 미정산 대금을 갚아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조원 규모가 넘는 미정산 대금을 100% 변제하기 어려울 것이고, 정상화하려면 셀러들이 돌아와야 하는데 그렇게 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부에서는 회생계획안이 인가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회생계획안이 인가되지 않고 파산절차로 들어갈 경우 피해자만 대량 양산되는 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쌍용자동차의 경우 인수대금의 10%에 해당하는 현금 변제율을 법원이 판단한 것으로 안다”며 “이처럼 법원에서 채무조정을 통해 변제율이 일부 조정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회생전문의 한 변호사도 “파산절차로 가지 않도록 채권단이 회생계획안 인가에 찬성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조사위원도 청산가치와 계속기업가치(잔존가치)를 평가할 텐데 현재 자금이 거의 없는 상황이니 계속기업가치가 더 높게 평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류화현 위메프 대표는 10일 문자 메시지를 통해 “법원 결정을 존중하며 관리인을 잘 모시고 투자자를 확보해서 회생절차를 성공리에 완주하겠다”고 밝혔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