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공론화 과정 1회면 충분… 논의 자체 결여·결핍된 건 없었다”

입력 2024-09-11 01:21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과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회원들이 10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연금개혁안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국가의 국민 노후 보장을 포기한 개악안”이라고 비판했다. 이병주 기자

정부가 발표한 국민연금 개혁안이 앞서 나온 공론화위원회 결과와 다르다는 이유로 또 다시 공론화 과정을 거칠 필요는 없다는 조언이 나왔다. 정부가 이번에 제시한 소득대체율 42%를 사실상 하한선으로 보고 국회가 향후 논의를 이어가면 된다는 취지다.

지난 21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장을 맡았던 김상균 서울대 사회복지학 명예교수는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연금개혁 브리핑에서 “공론화 과정은 한 번이면 충분하다. (앞서) 논의 자체가 결여되거나 결핍된 건 없었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5일 발표한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2%의 연금개혁안을 토대로 22대 국회에서 논의를 이어가면 된다는 취지다. 앞서 공론화위 시민 숙의 토론에서는 대표단 492명 중 56%가 더 내고 더 받는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을 선택했다.

김 교수는 “소득대체율은 45%(야당) 대 43%(여당)까지 하향 조정된 21대 국회 논의를 기초로 해서 정부안을 만든 것”이라며 “정부가 ‘소득대체율은 42% 밑으로는 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여야가) 42% 이상 어디에서 정하라’고 내놓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부안은 사실상 소득대체율 하한선을 제시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기일 복지부 1차관은 “금년은 연금개혁의 골든타임”이라며 “여야 할 것 없이, 소득 보장론이나 재정안정론이나 할 것 없이 연금 개혁이 빨리 되기를 바라고 있으니 올해 연금 개혁을 꼭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차관은 “현행대로라면 2056년에는 기금이 소진되고 보험 가입자들은 27%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 국회에서 국민연금법을 개정할 때 이런 부분을 감안해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정부안에 포함된 자동조정장치(인구·경제 상황에 따라 수급액 조정) 도입, 연령대별 보험료율 차등 인상 등을 강조했다.

한편 시민·노동 단체는 이날 정부의 연금개혁안을 규탄했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시민들의 지혜가 돋보인 공론화 과정을 외면하고 또다시 재정 안정화에 경도된 연금개혁을 추진한다”며 “국회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50%까지 올리고 그에 맞는 단계적 보험료율 인상과 적정 수준의 국고 지원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세대별 보험료 인상 속도 차등화는 세대 간 갈라치기를 유도하고 있고, 공적연금의 자동삭감장치 도입은 모든 국민연금 가입자의 노후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