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상 첫 ‘9월 폭염경보’

입력 2024-09-11 01:22
서울 전역에 폭염 경보가 발효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네거리 교차로에서 시민들이 그늘막 아래에서 더위를 피하며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가을의 기운이 완연해진다는 절기 ‘백로’(9월 8일)가 지났지만 이례적인 무더위가 지속되고 있다. 11일 정점을 찍은 가을 폭염은 12일부터 내리는 비로 잠시 주춤할 전망이다. 다만 티베트고기압의 영향으로 추석 연휴 초반부터 다시 기온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에 따르면 9일 오후 6시부터 10일 오전 6시 사이 서울의 최저기온은 25.6도를 기록했다. 서울에서 열대야(최저기온 25도 이상) 관측을 시작한 1908년 이후 89년 만에 가장 늦게 열대야가 나타난 것이다. 이전까지 서울의 가장 늦은 열대야는 1935년 9월 8일에 발생했다.

서울 전역에는 10일 오후 4시 기준으로 폭염경보가 발효됐다. 2008년 폭염 특보제가 도입된 이후 서울에 ‘9월 폭염경보’가 발령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폭염경보는 일 최고체감온도가 35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예상될 때 내려진다.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9일 34.1도를 찍으며 1939년 9월 2일(35.1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9월 일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11일 서울 낮 최고기온이 35도까지 오르는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례적인 가을 폭염의 원인은 기압계에 있다. 현재 한반도 상공에 자리한 티베트고기압은 북쪽의 찬 공기 유입을 막고 있다. 또 대기 하층부에서는 따뜻하고 습한 남동풍이 불며 태백산맥 서쪽의 기온을 높이고 있다.

12일부터 전국에 내리는 비로 더위는 잠시 주춤할 예정이다. 11일부터 제주도를 시작으로 내리는 비는 12일부터 이틀간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에 60㎜ 안팎으로 쏟아질 전망이다. 다만 비가 그친 뒤인 15일부터는 다시 무더위가 시작될 것으로 관측된다. 15일과 16일 서울 낮 기온은 31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변수는 태풍이다. 13호 태풍 ‘버빙카’의 경로에 따라 한반도 주변 기압계가 변할 수 있다. 10일 새벽 3시 괌 남동쪽 약 570㎞ 부근 해상에서 발달한 태풍은 일본 쪽으로 북상 중이다. 버빙카는 소형 규모에 강도도 약하지만 한반도 날씨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한웅희 기자 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