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의 첫 TV토론을 앞둔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78) 전 대통령은 불과 몇 달 전까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퍼붓던 ‘고령 리스크’ 공격을 되받는 처지가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역대 가장 나이 많은 후보’ 타이틀을 달고 자신보다 열아홉 살 어린 해리스 부통령과 나란히 10일(현지시간) 토론 무대에 서야 한다. 논리가 정연하지 않고 횡설수설하는 특유의 화법이 부각되면 트럼프의 나이 문제를 우려하는 유권자들이 많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9일 “80대 클럽에 진입하는 트럼프가 나이를 먹어도 노쇠하지 않았음을 입증해야 하는 시험에 직면했다”며 “78세인 트럼프는 바이든 대통령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보여주고 있지만 그 역시 이름이나 사실을 혼동하고 요점에서 벗어난 발언을 하곤 한다”고 보도했다. 이어 “횡설수설하는 연설, 일관성 없는 발언, 극단적인 감정 표출은 그의 인지 건강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지난주 뉴욕 이코노믹클럽에서 질문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한 채 조리 없이 답변해 구설에 올랐다. 당시 그는 재선이 되면 아동 보육비 지원을 위한 입법을 우선순위에 두겠느냐, 만약 그렇다면 어떤 법안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겠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트럼프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내가 말하는 숫자에 관해 이야기할 때 보육은, 여러분이 가져야 할 무언가가 있다. (중략) 나는 외국에 익숙하지 않은 수준으로 세금을 부과해 그들은 매우 빠르게 익숙해질 것이다. (중략) 이 수치는 보육을 포함해서, 우리가 말하는 어떤 수치보다 큰 숫자여서, 처리할 것이다”고 답했다. 질문의 취지와 무관하게 보육비 재원을 관세 부과와 연결한 것이다. 답변은 앞뒤 문장이 전혀 맞지 않았고 의도를 이해하기도 어려웠다.
민주당은 해당 영상을 소셜미디어로 퍼 나르며 “일관성 없이 허둥지둥했다. 워드 샐러드(치매나 조현병 환자에게서 관찰되는 극도로 일관성 없는 말의 뒤섞임)”라고 조롱했다.
트럼프의 말실수는 누적되고 있다. 그는 지난달 말 “당신의 아이들이 학교에 가서 수술받고 며칠 후에 돌아온다. 학교가 당신 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결정한다”며 학교가 학생 성전환 수술을 지원한다는 억지 주장을 폈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와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을 혼동하고, 2016년 대선 때 힐러리 클린턴이 아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이겼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스테퍼니 그리셤은 “그의 횡설수설이 확실히 더 심해지는 것 같다. 나이 때문인지 아니면 정신쇠약 탓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헤일리를 ‘새대가리’, 펠로시를 ‘미치광이’로 부르는 등 여성 정치인을 모욕하는 데에도 거리낌이 없었다. NYT는 “트럼프는 9년간 정계에 몸담으면서 여성 후보나 언론인을 상대로 노골적인 성차별 공격 플레이북을 연마해 왔다”며 “해리스와의 토론에서도 이를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