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리튬전지 화재 방지책 계기로 ‘전기차 포비아’ 잠재우길

입력 2024-09-11 00:35

관리 사각지대에 있던 리튬전지가 ‘특수가연물’로, 전지 공장은 ‘화재안전 중점관리 대상’으로 지정돼 관리가 강화된다. 23명의 사망자를 낸 지난 6월 경기도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를 계기로 정부가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최근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등이 잇따르면서 국민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당국은 리튬전지뿐 아니라 전기차 화재까지 적용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어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켜야 할 것이다.

앞으로 위험성이 높은 전지 공장은 중점관리 대상으로 지정돼 화재안전 시행계획을 연 1회 수립하고, 소방교육 훈련을 해야 한다. 리튬 등 위험물 저장 처리 시설의 외벽 마감 재료는 화재 위험이 높은 샌드위치 패널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리튬전지는 특수가연물로 지정돼 제품 적재·보관, 방연재료 사용 등 관리 기준이 마련된다.

리튬전지는 휴대전화 노트북 PC 전기차 전기자전거 전동킥보드 군용장비까지 광범위하게 일상에서 사용되지만, 화재 발생 시 ‘열폭주’ 현상으로 진화가 매우 어렵다. 그런데도 안전 기준이 없어 우려가 컸다. 이제라도 관련 기준이 마련된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럽다. 지난달에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세워둔 전기차가 폭발하며 큰 피해가 발생해 ‘전기차 포비아’마저 생겼다. 그제 밤에는 유동 인구가 많은 부산 벡스코에서 충전 중이던 전기자전거에 불이 났다. 스프링클러가 작동해 빨리 꺼졌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큰 불로 이어질 뻔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이 말로만 그치지 않고 실제 화재 예방과 진화에 실효성을 거둘 수 있도록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근로자와 소방대원을 대상으로 화재 초기 신속한 대피를 유도하기 위한 훈련도 지속해야 한다. 전지 제품의 폭발과 화재 사고 위험성을 낮출 수 있는 신소재·신기술 개발이나 리튬 화재 전용 소화기 개발에도 성과를 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