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을철 수확기를 앞두고 2024년산 햅쌀 10만t 분량인 2만㏊의 재배면적을 시장에서 격리 조치한다. 역대급 풍년으로 공급과잉이 예고된 상황에서 선제적 대응으로 쌀값 추가 하락을 막겠다는 취지다. 통상 10월 중순에 발표하던 수확기 쌀 수급 대책을 정부가 한 달가량 앞서 내놓은 것은 2005년 이후 19년 만이다. 쌀과 함께 공급과잉에 신음하는 한우도 기존 13만9000마리 감축 계획에 암소 1만 마리를 추가하기로 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10일 국회에서 민당정협의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쌀·한우 수급 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당정은 “현재까지 기상여건을 고려할 때 올해 쌀 공급과잉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2024년 수확기 쌀 초과 생산량을 격리한다는 방침하에 수확기 쌀값을 조기에 안정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정은 이날 2만㏊의 밥쌀 재배면적을 시장에서 격리해 사료용으로 처분키로 결정했다. 통계청이 다음 달 발표할 쌀 예상 생산량 조사 결과에서 시장격리 규모보다 많은 초과 생산량이 발생하면 이 역시 격리할 방침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11월 통계청의 최종 쌀 생산량 조사 발표 이후에도 시장 상황을 고려해 추가 대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쌀 소비량 감소 추세에 따른 구조적 공급과잉 개선 작업에도 나선다. 정부는 재배면적 신고제와 지역별 감축면적 할당제를 통해 벼 재배면적 조정에 참여한 농가에는 인센티브를 주고, 면적 조정을 이행하지 않은 농가엔 페널티를 주는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고품질 쌀 생산을 늘리기 위해 쌀 등급제 및 단백질 함량 표시 강화도 검토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쌀 생산 기조를 무게 중심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한우도 소비 확대 및 자금 지원과 더불어 사육 감축 등의 수급 관리를 병행한다. 추석 이후에도 대대적 할인행사와 단체 급식 등을 통해 원료육 납품 지원을 추진하고, 암소 1만 마리를 추가 감축한다. 내년에 상환기한을 맞는 사료구매자금 한우농가 지원분(6387억원)을 1년 연장하고, 내년도 사료구매자금도 올해와 동일하게 1조원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대신 송아지 생산단계(3년 전)부터 사전경보체계를 적용해 과잉 사육이 예상될 경우 증산 억제 및 사육 감축을 할 수 있도록 선제적 수급관리체계를 운용할 방침이다. 당정은 “한우 숙성육 시장 활성화와 수출국 확대 등 신규 소비시장 개척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