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고 美 횡단 5000㎞… “도전·만남·감사의 선물 얻었죠”

입력 2024-09-11 03:03
유동현씨가 지난해 8월 18일 미국 자전거 여행 도착지인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이 청년은 세계 최연소 극지 마라톤 그랜드슬래머다. 해병대 전역을 앞두고 있던 2018년 5월 사하라사막 마라톤을 시작으로 그해에만 고비사막 마라톤, 아타카마사막 마라톤, 남극 마라톤을 완주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스물한 살. 낮엔 배낭을 메고서, 밤엔 노숙을 하면서 세계 각지에서 온 참가자들과 경주를 벌였다. 총 1000㎞에 달하는 대장정이었다.

제대하고 복학한 뒤에도 도전은 계속됐다. 자전거를 타고 미국을 횡단했고 시각장애인과 함께 국토 종주에 나섰으며 에베레스트 등정에도 도전했다. 청년은 한양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는 유동현(27)씨다. 지난 5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에서 만난 그는 “도전은 가능성을 확인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일”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최연소 극지 마라톤 그랜드슬래머로 처음 이름을 알린 그는 이제 유튜버로도 얼마간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동딴지’에는 유씨의 온갖 도전 영상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데 그중 첫손에 꼽을 만한 콘텐츠는 지난해 여름 도전한 미국 자전거 횡단과 관련된 영상들이다.

유씨는 LA에서 뉴욕까지 39일간 5000㎞ 넘게 페달을 밟았다. 놀라운 것은 거의 매일 기적 같은 일이 그에게 벌어졌다는 것이다. 40개가 넘는 미국 여행 영상들에선 유씨에게 따뜻한 음식을 제공하거나 여비에 보태라며 돈을 주거나 힘내라며 덕담을 건네는 사람들, 혹은 그의 손을 잡고 도전의 성공, 안전을 기도해주는 이가 끊임없이 등장한다.

가령 여행을 시작한 지 5일째 되던 날 그는 애리조나의 한 캠핑장에서 백인 가족을 만난다. 그들은 유씨에게 저녁을 제공하고 헤어질 땐 그의 손을 잡고 기도를 드린다. 한 할머니는 이렇게 말한다. “난 내 인생 전부를 즐겼어. 인생은 아름다워. 너의 여행엔 하나님이 함께할 거야.” 그리고 할머니의 아들로 짐작되는 중년 남성은 자신의 아들 이야기를 꺼낸다. “너는 우리 아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줬어. 우리 앞에 있는 벽을 무너뜨리고 편견 없이 사람을 만나면 얼마나 놀라운 만남이 생기는지 알게 해줬으니까.”

유씨는 “미국 여행을 하기 전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웃다 보면 웃을 일이 생긴다’는 글을 봤다”며 “찡그리지 않고 항상 웃으니 사람들이 먼저 내게 다가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사회엔 누군가의 도전을 가치 있는 일로 여겨주는 문화가 있다”며 “기독교인이 많다는 것도 여행 내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였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모태신앙이긴 한데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이 생긴 것은 미국 여행 때부터였어요. 힘들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하나님께서 뭔가 느끼게끔 해주려고 이 순간을 선물해주신 거라고. 저도 누군가에게 힘이 돼주는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유씨의 꿈은 대학교수가 되는 것이다. 그는 “학생들에게 전공 지식도 전달하면서 청춘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