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을 가까이 산 내가 부러운가요
동행의 꽃씨를 물려주신
아버지 에녹을 따라
세월의 기나긴 바람 속에서
그분의 음성을 듣기를 원했어요
왜 저라고 상처가 없었겠어요
거친 호흡과 땀과 눈물로
시간의 벽에 새겨간 기억의 암각화
969세와 96세 사이는 의미가 없어요
사랑하며 살아가면
먼지 같은 삶도 햇빛 속에서 찬란하게 빛나지만
증오하고 살아가면
아무리 긴 세월도 지옥의 나날이 되지요
저의 이름을 아시나요
동행의 꽃씨가 남기고 떠난
천년의 꿈과 사랑을.
시인(새에덴교회)
에녹의 아들 므두셀라는 아담으로부터 8번째 족장이다. 에녹은 365세를 살고 들림을 받았으며 므두셀라는 969세를 살았다. 그 이름의 의미는 ‘종말’이다. 시인이 보기에 300세에 아버지의 승천을 경험한 그에게, 그리고 세상살이의 온갖 음영을 보아온 그에게, 숫자로서의 나이는 별반 의미가 없다. 시인은 그의 눈을 통해 사랑과 증오의 극명한 차이를 예거(例擧)하며 목격자이자 계승자로서의 자리를 암시한다. 곧 ‘천년의 꿈과 사랑’이다. 현대인들이 많이 겪고 있는 ‘므두셀라 증후군’은 과거의 나쁜 기억은 빨리 잊어버리고 좋은 기억만 남기려는 심리 현상을 뜻한다. 한편으로는 현실 도피적 측면이 없지 않으나 시인의 관점은 긍정적 신앙의 확립을 위한 적극적 삶의 방식이라는 데 있다. -해설 : 김종회 교수(문학평론가, 전 경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