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정치 복원’ 명분으로… 여야, 20년전 폐지된 “지구당 부활” 의기투합

입력 2024-09-10 00:22
여야 의원이 공동 주최한 ‘지역당(지구당) 부활과 정당정치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가 9일 국회에서 열리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은 정치 신인의 활동 공간을 넓히고 지역 정치를 활성화하기 위해 20년 전 폐지한 지구당 제도를 되살리는 게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병주 기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정당정치 복원’을 내세우며 20년 전 폐지된 지구당 부활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1일 여야 대표회담에서 지구당 부활을 적극 협의키로 한 이후로 관련 법 개정안이 상임위원회에 상정되고 관련 토론회도 여야가 공동 개최했다. 지구당 부활에 대한 정치권 전반의 공감대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지만, 양당 대표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논의에 탄력이 붙고 있는 상황이다.

한 대표는 9일 국회에서 윤상현 국민의힘 김영배 민주당 의원 공동 주최로 열린 ‘지역당(지구당) 부활과 정당정치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에 참석해 “20년 전 정치 상황에서는 지구당 폐지가 정치개혁이 맞았다. 그러나 2024년 시점에서는 지역당을 부활하는 게 정치개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서면 축사를 통해 “지구당 폐지가 지역에서의 정당 활동을 위축시키고 유권자의 정당 참여를 제한하며, 현역 의원과 원외 위원장의 형평성 문제 등 부작용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 대표 모두 정치개혁과 정당정치 활성화를 내세웠지만, 다른 정치적 목적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구당 부활에 반대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CBS라디오에 출연해 “(지구당 부활은) 퇴행적”이라며 “그 바탕에는 당 장악이라든가 전당대회 때 해놓은 말빚을 갚으려는 것(이 있다)”이라고 지적했다. 원내 지지기반이 허약한 한 대표가 전당대회 때 자신을 지원한 수도권 원외 당협위원장들에게 힘을 실어주려고 지구당 카드를 꺼낸 것 아니냐는 시각도 여당 의원들 사이에 다수 있다.

민주당을 장악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 대표에게도 지구당 부활은 ‘밑질 것 없는’ 장사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권을 노리는 이 대표에게 언제든 말을 갈아탈 수 있는 현역 의원보다는 당대표에게 더 의존적인 원외 인사들을 친위그룹으로 두는 편이 더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대표 모두 지구당을 고리로 내부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의중이 담겨 있다는 얘기다. 한 여당 재선 의원은 “지구당 부활은 정당 조직을 원내 중심으로 ‘슬림화’해온 기존 정치개혁 기조에 정면 배치된다”고 우려했다.

지구당 부활 논의가 다음 선거를 염두에 둔 전략적 셈법이란 해석도 있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국민의힘은 수도권에서, 민주당은 영남에서 각각 다음 선거의 교두보를 확보하려면 원외 인사들의 합법적 활동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종선 이동환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