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연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다. 이 대표와의 정치적 영향력 차이가 현격한 상황에서 차별화를 통한 존재감 부각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3년 뒤 대선을 겨냥한 행보로 풀이되는데, 이에 맞춰 김 지사에 대한 당내 견제도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김 지사는 당장 이 대표의 대표적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 정책인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 지급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김 지사 측 관계자는 9일 통화에서 “지원금 지급에 무조건 반대한다기보다 취약계층 쪽으로 더 넓게 지원하자는 게 김 지사의 기조”라며 “도지사 당선 전부터 밝힌 일련의 의견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지원금 지급 자체에는 동의하지만 보편 지원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장관 출신인 김 지사는 앞서 지난 7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 전 국민 25만원 지원과 관련해 “모든 국민에게 나눠주는 것보다 어려운 사람에게 두텁고 촘촘하게 더 지원해 주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필요한 재원) 13조원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돈이 아니다”고 발언했다.
김 지사는 지난 6월 당 지도부가 대선에 출마하는 당대표의 사퇴 시한에 예외 규정을 두도록 당헌 개정을 시도할 때는 “특정인 맞춤 개정이라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며 이 대표 일원화에 견제구를 던지기도 했다.
현재 경기도가 ‘친문(친문재인)·비명(비이재명) 집결지’가 되고 있는 점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친문 핵심 전해철 전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6일 경기도 정책 자문기구인 도정자문위원장에 위촉됐다. 전 전 의원은 위촉장을 받은 뒤 “김 지사가 제안한 도정자문위원장직을 수락하고 함께 일하게 된 정치적 의미에 대해 전혀 부정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또 지난 7월 강민석 전 문재인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경기도 대변인으로 영입했고, 정무수석·정책수석·비서실장 등 도정 핵심 진용도 친문·친노(친노무현) 인사로 구축했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이미 지난해 4월 경기도 기후대사로 임명돼 활동 중이다.
김 지사의 이런 움직임은 차기 대권 도전 플랜과 연결돼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김 지사와 가까운 한 민주당 의원은 “김 지사의 행보는 2027년 대선에 포인트가 맞춰져 있다”며 “개헌을 요구하고, 당에 쓴소리하며 지도부와 각을 세우는 것도 같은 연장선”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지지율 격차가 워낙 크다 보니 선거 국면이 아닌 지금 같은 때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됐을 경우를 대비한 포석이란 관측도 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이 대표가 여야 통틀어 부동의 1위 대선 주자이기 때문에 김 지사로서는 (이 대표와) 선을 그으며 자신의 정체성과 입지를 뚜렷하게 확립할 필요가 있다”며 “정치공학적으로 봐도 사법 리스크가 있는 이 대표와 같은 노선을 걸을 이유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친명(친이재명)계는 내부 경쟁을 환영한다면서도 김 지사에 대한 반감 역시 숨기지 않는다.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김 지사가 상황을 오판하고 있다”며 “민심과 당심이 모두 이 대표를 지지하는 상황이라 협업해 선의의 경쟁에 나서야 ‘플랜B’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