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기록적 폭염으로 다음 달 중순에 부과될 8월 가정용 평균 전기요금이 지난해보다 7520원(13%) 오를 전망이다. 3만원 이상 오른 고지서를 받게 될 가구만 239만 가구(9%)로 추정된다. 지난달 가정용 전기 사용량은 전년보다 9% 늘었지만 사용량에 따른 누진제 영향으로 요금 인상 폭은 더 벌어졌다.
한국전력은 지난 8월 가구당 평균 전기요금이 6만3610원으로 1년 전(5만6090원)보다 7520원 오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9일 밝혔다. 가구당 평균 전기 사용량은 363㎾h(킬로와트시)로 전년 동월(333㎾h) 대비 9% 증가했다. 한전은 “지난달 말까지 집계한 검침 자료를 바탕으로 한 수치”라며 “최종 8월 전기 사용량과 전기요금은 이달 말 확정될 예정”이라고 했다.
추정 대상 가구(2522만 가구)의 약 76%(1922만 가구)는 1년 전보다 전기요금이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평균 증가액은 약 1만7000원이다. 이 중 38만 가구는 10만원 이상, 75만 가구는 5만~10만원 미만 오를 것으로 추산됐다. 요금 증가액이 3만~5만원인 가구는 126만 가구에 달했다.
이는 지난달 내내 이어진 찜통더위 여파로 에어컨 등 냉방용 전기 수요가 많이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폭염 일수는 16일로 2016년(16.16일) 이후 두 번째로 많았다. 열대야 일수도 11.3일로 통계 집계 최초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평균 최대 전력 수요는 전년 동월(82.7GW)보다 6.1% 증가한 87.8GW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만 한전은 전기요금 증가가 우려했던 수준보다는 낮았다고 설명했다. 한전 관계자는 “오히려 전기요금이 줄어든 가구도 23%나 됐다”며 “냉방 수요 증가에도 국민의 자발적 전기 절약으로 전기요금 증가가 제한적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8월 전기요금 증가로 향후 전기료 인상을 둘러싼 논쟁도 가열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폭염이 지나고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폭염으로 요금이 올랐지만 국내 전기요금은 여전히 주요국과 비교해 낮은 편이라는 것이다. 한전에 따르면 8월 가구당 평균 전기 사용량(363㎾h)을 쓰면 일본과 프랑스는 한국보다 2배 이상, 미국과 독일은 각각 2.5배, 3배의 요금을 내야 한다. 그러나 요금 인상이 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어 반발 여론도 거셀 전망이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