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집회 변질… 교계 이미지 실추 우려”

입력 2024-09-10 03:04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조직위원들이 9일 서울 마포구 극동방송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행사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다음 달 예정된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를 앞두고 교계 안팎에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순수한 연합예배를 표방한 초교파 초대형 행사에 기독교를 표방한 극우 세력이 끼어들면서 자칫 정치색 짙은 행사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회복 국면에 들어선 교세 및 교회 신뢰도와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걱정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에 대해 연합예배 주최 측은 “정치 구호를 완전히 배제하고 ‘반(反)성오염(성혁명)’이라는 본질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예배는 종교개혁주일인 10월 27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진행된다.

9일 교계에 따르면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대한민국살리기운동본부(대국본) 회원들이 행사 개최 당일 다른 시간대에 자체 집회를 열면서 오후에 열리는 연합예배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가 오르내린다. 최근 대국본은 광화문 일대에서 대통령 탄핵 저지 및 민주당 이재명 대표 비판 집회 등을 이어오고 있다. 교계 연합기관의 한 중진 인사는 “사실상 다음 달부터 돌입하는 정치권의 재보선 및 대선 정국과 맞물리면서 교계의 대형 행사가 극단적 극우세력에 힘을 실어주거나 정치권의 들러리 집회처럼 비춰져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조직위원회(공동대회장 이영훈 오정현 목사)는 이날 서울 마포구 극동방송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 집회’ 우려를 일축했다. 주최 측은 “연합예배는 최근 동성커플 건강보험 피부양자 인정 판결과 잇따르는 성오염 법안 발의 등에 경각심을 고취하고 교계가 연합해 복음적 가치를 수호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조직위 기획운영총괄위원장인 주연종 사랑의교회 목사는 “특정 교회나 단체가 아닌 초교파적으로 연합한 행사”라며 “현장과 온라인을 통틀어 200만명의 참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직위 실행위원장인 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목사는 “여느 정치집회와 달리 정치적 구호를 완전히 배제하고 가치 지향적인 구호와 슬로건으로 거룩한방파제, 그루터기, 울타리, 기둥을 세우는 집회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조직위는 향후 주요 교단 총회를 방문해 집회 취지를 설명하고 적극적인 동참을 호소하기로 했다. 또 집회 전까지 ‘40일 특별철야기도회’ ‘40일 청년 릴레이 금식기도회’ ‘3일 금식기도성회’ 등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조직위 공동대회장인 오정현(사랑의교회) 정성진(크로스선교회 대표) 목사, 조직위 참여분과장 박한수(제자광성교회) 목사, 조직위 지도위원 한기채(중앙성결교회) 최병락(강남중앙침례교회) 목사, 실업인위원 박한길 애터미 대표 등이 참석했다.

글·사진=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