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현 작가가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 복합문화공간 씨알콜렉티브에서 하는 ‘봉래산-포모사 프로젝트’는 대만의 고산족 원주민과 식물의 제의적 상관관계에 대해 연구하는 대만국립선사박물관 장쯔산 박사의 포모사 프로젝트에 함께 하면서 시작됐다.
포르투갈어로 포모사(아름다운 섬)로 불렸던 대만은 근현대 격동기 중국 포르투갈 네덜란드 일본 등 여러 국가의 침략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타로막·파이완 등 몇몇 소수 부족은 보다 안전한 곳을 찾아 점점 산을 높이 올라가는 고산족의 삶을 택했다. 이들은 생존을 위해 엄격한 금기와 규율을 만들었고, 스스로 개체 수를 줄이는 극한의 방법까지 동원하며 자연과 공생했다.
작가는 진시황이 찾고자 했던 불로초가 있는 이상향으로서의 봉래산은 역설적으로 고산족의 삶의 방식이 아닐까 묻는다. 이런 생각을 시각화하기 위해 원주민이 신성하게 여긴 식물의 압화를 찍은 사진, 봉래산을 그린 전통 회화 이미지 등을 전시했다. 광산의 붕괴 위험을 예측하는 과정에서 왜 카나리아가 인간을 위해 희생되어야 하는지 되묻는 대형 카나리아 작품을 설치하기도 했다. 포모사 식물에서 카나리아로 이어지는 전개가 다소 급한 느낌을 준다. 28일까지.
김준 작가는 지리학적·생태학적 리서치를 기반으로 소리를 풍경으로 보여주는 사운드스케이프 작업을 주로 한다. 서울 종로구 율곡로 백아트에서 하는 개인전 ‘감각의 저장’ 역시 그런 작업의 연장선에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기하학적 형태의 세련된 목조 조형물이 빙빙 돌아간다. 어떤 것은 바지의 포켓이 빠지듯 옆으로 서랍이 열리거나 탁상용 사진 앨범처럼 펼쳐지기도 한다. 그런 목조 조형물에는 꼭 풍경 사진이 붙어 있고, 소리까지 들린다.
그런데 여기서는 소리가 본질이다. 작가는 난지도 쓰레기 소리 등 가청 영역 밖에 있는 도시 환경의 소리를 채집해 왔고, 이걸 전시했다. 이번에는 상업화랑 전시인 만큼 소리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데 집중했다. 그래서 아름다운 목조 구조물에 눈길이 먼저 가고 소리는 덤처럼 따라 온다. 강원도와 호주, 뉴질랜드에서 수집한 돌의 소리, 나무 소리, 바람 소리, 물소리가 목조 구조물의 숨겨진 스피커를 통해 나오며 사색의 시간을 선사한다. 10월 12일까지.
손영옥 미술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