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후기 영상 2000개 촬영 ‘검은부엉이’는 박사 수료 연구원

입력 2024-09-10 01:08

5년 만에 붙잡힌 불법 성매매 광고업계 큰손 ‘검은부엉이’의 정체는 30대 연구원이었다. 검은부엉이는 성매매 업주들로부터 금품을 받고 전문가용 촬영 장비 수십 대를 동원해 자신의 성매매 장면을 촬영한 뒤 이를 후기 형식으로 온라인에 게재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성매매 알선 등 처벌법 및 성폭력 범죄의 처벌법(카메라 등 이용 촬영) 위반 등 혐의로 검은부엉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30대 A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서울 강남과 경기도 성남 등 수도권의 업소 수백곳에서 성매매를 한 뒤 해당 장면을 촬영해 성매매 광고 사이트에 후기 형식으로 올리는 대가로 업주들에게서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카메라 관련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현재 렌즈 개발 업체의 광학렌즈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생활비를 벌기 위해 범행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후기가 성매매 광고 사이트에서 건당 십수만회의 조회수를 올리는 등 인기가 높아지자 업주들은 서로 A씨를 소개받아 의뢰했고, A씨는 최근 5년여간 수백건에 달하는 후기 영상 촬영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자신이 소유한 수천만원 상당의 렌즈 27개와 전문가용 카메라 및 조명을 이용해 자신의 성매매 영상을 직접 촬영한 뒤 얼굴을 모자이크해 성매매 사이트에 후기 글과 함께 ‘움짤’(움직이는 이미지) 형식으로 게재했다. 성매매 여성들 역시 이 같은 내용을 사전에 전달받고 촬영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은부엉이는 온라인 지식 정보 사이트 ‘나무위키’에 등재돼 있을 정도로 성매매 업주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A씨로부터 압수한 성매매 영상은 1929개에 달했으며, 일부 영상은 성매매 여성의 예명과 나이 및 업소 위치가 노출된 채 A씨의 지인 등에게 유포된 정황도 드러났다.

경찰은 올해 초 성매매 업소 단속 과정에서 A씨 등 성매매 후기 작가들의 범행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