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잔운동이 세계 기독교에 남긴 신학적 유산은 문서 운동이다. 지난 50년간 발표한 로잔언약(1차), 마닐라선언(2차), 케이프타운 서약(3차) 등을 통해 글로벌 복음주의 선교운동의 신학적·선교학적 기틀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오는 22일 ‘교회여, 함께 그리스도를 선포하고 나타내자’를 주제로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개막하는 제4차 로잔대회는 급속히 변화하는 글로벌 사회 문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불변하는 복음을 선포하고 교회의 시대적 과제를 제시한다. 이 대회에서는 3개 문서(서울선언문, 대위임령 현황보고서, 협업 행동팀 헌신서약)가 발표된다.
1·2차 로잔대회 문서 입안자가 영국 존 스토트 목사, 제3차 로잔대회 문서 입안자는 영국 크리스토퍼 라이트 박사이지만, 4차 로잔대회 문서는 특정 입안자 없이 국제로잔 신학위원회 공동위원장인 남아프리카공화국 빅터 나가 박사, 스리랑카 아이보 푸발란 박사를 중심으로 한 33명의 신학자가 공동참여로 작성됐다.
4차 로잔대회 운영위원회 부위원장 최형근 서울신학대 교수는 10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로잔문서가 강조하는 것은 성경의 권위와 능력”이라며 “지난 50년간 불변하는 복음의 본질을 벗어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황을 문화적 형식을 통해 담아내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선언문은 6장으로 구성된다. 1장은 전문으로 시작하며 2장은 서론으로 하나님의 성경 이야기에서 교회의 위치를 모색한다. 3장은 하나님의 계획 안에 있는 교회의 소명을 다룬다. 4장은 본론 부분으로 21세기 선교를 위한 교회의 신념 강화, 이어 5장은 함께 그리스도를 선포하고 나타내기 위한 교회의 우선순위 갱신 등을 담는다. 마지막 6장은 결론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장 서문에 이어 2장은 성경 속 교회의 위치를 이야기한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인간의 모습을 언급하면서 ‘하나님은 생명의 수여자이며 인간성을 결정하시는 분’이심을 확증한다. 타락한 인간을 회복하시고 새롭게 하시려는 하나님의 계획과 축복은 모든 열방을 위한 것일 뿐 아니라 그 목적을 위해 성령을 통해 당신의 백성을 형성하시고 교회에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거룩한 삶을 원하신다는 내용이다. 3장은 로잔운동의 교회론을 삼위일체적 관점에서 기술한다.
본론이 시작되는 4장은 21세기 선교를 위한 교회의 확신을 공고히 하며 현 상황에서 대위임령 과업의 수행을 위해 필요한 4가지 핵심 주제(복음주의 해석학, 인간의 의미, 기독교 신앙과 기술에 관한 신학적 성찰, 제자도)를 기술한다. 복음주의 해석학의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며 이는 성경 내용을 이해하는 것뿐 아니라 성경을 읽고 복종하며 살아내는 방식에도 함의를 갖는다.
최 교수는 “우리는 성경과 전통, 상황을 이해하는 방식에서 신실함을 유지해야 한다”며 “이는 하나님과 성경, 신자 공동체, 그리고 이웃에 대한 신실함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서울선언문에서 로잔운동은 인간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진지하게 다룬다. 오늘날 인간의 본질, 섹슈얼리티와 젠더, 낙태, 인종 및 종족 갈등 등을 성경에 근거해 신학적으로 응답한다.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창조된 인간이 범죄와 타락으로 인해 하나님의 형상이 상실됐지만, 하나님의 은혜를 통해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현대 문화가 제시하는 세속 사상이나 권력을 거부하고 그리스도의 본을 따라 십자가의 형상을 지닌 삶을 추구할 것을 촉구한다.
과학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시대에 기독교 신앙과 기술에 관한 신학적 성찰은 반드시 탐구하고 성찰해야 할 핵심 주제다. 최 교수는 “우리는 하나님께서 주신 기술의 올바른 사용(윤리적·도덕적)을 통해 정의를 추구하고 인간의 번영과 복지를 추구하기 위해 부름을 받았다”며 “기술은 복음 전도를 위해 사용돼야 한다. 우리가 공유하는 복음의 내용과 복음을 듣는 사람들의 문화와 정체성을 보호하는 책무는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네 번째 주제인 제자도도 심도 있게 다룬다. 로잔운동은 하나님의 선교를 위한 제자 형성과 선교로서 제자도 형성에 깊은 관심을 둔다. ‘성적 방종, 성공과 부의 추구, 권력과 탐욕의 우상숭배를 버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길을 따라 걸어가자’는 케이프타운 서약의 강조점을 서울선언문이 재차 강조하는 것은 오늘날 교회 지도자의 윤리적 문제와 함께 신학교육을 통한 제자도 형성의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하나님 백성의 선교는 제자 삼으라는 대위임령의 과업과도 연관된다. 최 교수는 “제자도가 지향하는 선교적 과업은 복음의 메시지와 일치하는 삶을 살면서 십자가에 못 박힌 메시아의 메시지를 선포함에 있다”며 “제자가 되는 것과 제자 삼는 게 분리될 수 없듯이 개인 삶과 가족, 교회, 공적 영역에서 하나님의 공의와 정의를 추구하는 것은 복음 선포와 분리될 수 없는 총체적 성격을 띤다”고 분석했다.
5장은 로잔대회 주제를 언급하며 대위임령의 성취를 위한 우선순위(긴박한 과제)를 다룬다. ‘함께 그리스도를 선포하고 나타내기’를 위한 교회의 우선순위를 갱신하자는 주장이 언급된다. 결론은 오늘날 복음주의 교회가 당면한 과제와 기회에 관한 포괄적인 도전과 결단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마무리된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