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복 주신 건 아이 키울 능력·상황 또한 허락하신 것”

입력 2024-09-10 03:06
지수금 목사와 이한나 사모가 유니폼을 맞춰 입은 5남매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 사모는 현재 여섯째 샤엘(태명)을 임신한 상태다. 이한나 사모 제공

“마귀들과 싸울지라 죄악 벗은 형제여~.” 다섯 명의 아이가 피아노 반주에 맞춰 찬송가 ‘마귀들과 싸울지라(348장)’를 부르고 있다.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노래 부르는 이들은 지수금(44) 목사와 이한나(38) 사모 부부의 5남매인 지샤론(8) 이샤(7) 샤후(5) 샤인(3) 샤나(1)다. 지난 5일 이 사모와의 통화에서 휴대전화 너머로 아이들의 와글대는 소리가 들렸다.

5남매 중 첫째인 이 사모는 형제가 많아 즐거웠던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했다. 이 사모는 “30세에 결혼하며 아이를 여섯 낳겠다고 선포했다”며 “처음에는 모두 믿지 않았지만 넷째쯤 낳으니 의심을 거두더라”며 웃었다. 5남매를 키우고 있는 이 사모는 현재 여섯째 샤엘(태명)을 임신하고 있다. 이 사모는 “한 가정에 아이를 허락하셨다는 것은 주님께서 책임지시겠다는 말과 같다”며 “생명의 나고 자람은 하나님의 소관이다. 주님께서 생명을 주신 것은 그 아이를 키울 능력과 상황 또한 허락하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사모는 아이를 양육하며 영적 인격적 성숙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그는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며 “사랑하는 아이들이 여섯이나 되니 아이를 키우면서 내 신앙의 성숙이 여섯 배로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사모가 5년간 성경 암송을 지속할 수 있던 비결도 아이들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자녀 여럿을 키우는 부모의 고충은 뭘까. 경제적 어려움도 체력적 한계도 아니었다. 이 사모는 ‘편견’이라고 답했다. 그는 주변인들로부터 “너니까 그렇게 여러 아이를 키울 수 있다”는 핀잔을 자주 듣는다. 그러나 이 사모는 “난 육아 체질도 아니고 일과 경력에 대한 욕심도 많다”고 했다. 그는 임신 전인 지난해까지 방송 영어 강사와 성우 활동을 했고 최근까지도 어린이 영어 성경 녹음을 진행했다.

‘독박 육아’ 같은 부정적 표현을 사용하는 미디어의 영향으로 출산과 육아에 대한 사람들로 하여금 고정관념을 생기게 만든다는 것이 이 사의 설명이다. 그는 “평범하고 긍정적으로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의 모습이 미디어에서 일반적으로 다뤄져야 한다”며 “아이를 출산하고 양육하는 과정에 희생도 필요하지만 그만큼 기쁨과 성숙이 따라온다. ‘생명은 귀한 것’이라는 인식이 늘어나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육아가 온전히 부모의 몫만은 아니다. 아이들은 함께 자라며 서로를 챙겨주고 독립심을 기른다. 이는 육아 전문가 오은영 신경정신과 전문의가 방송에 나와 “육아의 목표는 독립”이라고 말한 것과 연결된다. 이 사모는 “아이들은 함께 성장하는 환경에서 사회성을 배운다”며 “서로 배려하면서 혼자 밥 먹기, 옷 입기, 청소하기 등 기본적 활동을 또래보다 더 빨리 익히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이 사모가 받은 다산의 축복은 어머니 김은실(64) 선교사의 영향이 크다. 이 사는 “어머니는 생명의 소중함과 육아의 기쁨을 항상 말씀하셨다. 자라면서 어머니가 육아로 힘들어하시던 모습을 본 적이 없다”면서 “오남매로 자라온 환경과 어머니에게서 육아에 대한 긍정적 생각을 물려받았다”고 말했다. 육남매를 키우는 딸과 5남매를 키운 어머니 모녀가 다자녀를 감당할 수 있었던 건 ‘아이들은 하나님이 키우신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김 선교사는 남편 이수홍 목사와 함께 다섯 아이를 데리고 서울과 강원도, 캐나다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평생 선교지를 옮겨 다녔다. 김 선교사가 자녀를 키우던 1980~90년 당시 사회 분위기는 ‘둘도 많다’, ‘삼천리는 초만원’이 인구정책 표어로 내걸릴 정도로 다자녀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팽배했다. 그는 “둘도 많다는 시대 상황에서 주변인들은 오남매인 우리 가정을 보며 우려 섞인 이야기를 했고 흉도 많이 봤다”며 “아이가 두 명 이상이면 목회지를 찾기 어려웠을 정도”라고 회상했다.

그럼에도 김 선교사는 생명을 낳아 양육하는 것이 성경적 가치에 들어맞는다고 생각했다. 그는 “남편과 나는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성경 말씀에 분명한 뜻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힘들 때마다 주께서 키워달라. 양질의 선교사로 책임져 달라는 기도를 항상 드렸다”고 했다. 경제적 여건이 어려워 사교육을 받지도, 낯선 선교지에서 적응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 김 선교사는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붙들면 피할 길을 주셨고 공부하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주변의 도움과 장학금을 통해 가르치셨다”고 전했다.

김 선교사는 “교회학교가 아이들의 신앙 인성 지혜를 성장시키는 진정한 학교가 돼야 한다”며 “양육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교회와 학교, 지역사회의 복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건강하고 성숙한 아이로 키우는 비법”이라고 밝혔다.

이 사모가 5남매를 건강하게 키우는 노하우 역시 교회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이 사모가 출석하는 교회에 체계적으로 아이들을 관리하거나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어서는 아니다. 이 사모는 “교회에 가면 아이들을 위한 예배 활동에 참여시킨다. 아이들은 아침부터 오후까지 교회에 머문다”며 “예배는 잠깐이지만 교회 아이들과 놀고 어른들과 소통하면서 신앙 안에서 자연스럽게 성장한다”고 전했다.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