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檢 수사는 정치 탄압” 문재인 “당당히 임하겠다”… 손 잡은 明文

입력 2024-09-09 00:27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에 있는 문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손을 맞잡은 채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취임 인사차 문 전 대통령 부부를 예방해 약 40분간 비공개 회동을 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나 “현 정부의 작태는 정치탄압”이라며 문 전 대통령 가족을 향한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 차원의 대응에 감사를 표했다. ‘동병상련’ 입장인 양측이 총선 공천 등을 거치며 금이 간 ‘명문(明文) 연대’를 복원할지 당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를 예방하고 약 40분간 비공개 회동을 진행했다. 신임 지도부와 주요 당직자 등 20여명이 배석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고 한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여사님과 대통령 가족에 대해 지금 정부가 하고 있는 작태는 정치적으로도 법리적으로도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정치탄압”이라며 “한 줌의 지지세력을 결집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말했다고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문 전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나나 가족이 감당할 일이지만 당에 고맙게 생각한다”며 “당당하게, 강하게 임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특히 두 사람은 지난 정부에서 완성하지 못한 검찰개혁 문제에 대해 공감했다.

현 정부의 실정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문 전 대통령은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이 집권해 나라를 혼란으로 몰고 가고 국민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며 의·정 갈등을 비롯한 민생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재집권을 위해 지지 기반을 넓히는 작업도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고 한다.

당내 통합도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은 “우리 내부를 분열시키는 가짜뉴스에 당이 잘 대응해 갔으면 좋겠다”며 “이 대표를 중심으로 당이 강하고 일사불란하게 결집되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을 마친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는 맞잡은 손을 들어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당초 이 대표는 연임 확정 직후인 지난달 22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에 걸리면서 일정이 연기됐다.

이 대표는 문 전 대통령 예방에 앞서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도 예방했다. 조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권 여사는 이 대표에게 “일련의 상황이 걱정된다”며 “당에서 중심을 갖고 잘 대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련의 상황’은 문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를 지칭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이 대표도 “당에서 중심을 잡고 잘 해나가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 지시로 구성된 ‘전(前)정권 정치탄압 대책위’는 9일 첫 회의를 연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지난 7일 양산 평산마을에서 문 전 대통령을 만나 최근의 수사 관련 우려를 전했다. 우 의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검찰의 모습에 국민들도 걱정이 크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수사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고 우 의장의 말을 경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남 양산·김해=송경모 기자, 김판 기자 ssong@kmib.co.kr